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이날은 마오쩌둥(毛澤東)이 톈안먼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 정권 수립을 선포한 62번째 국경절(10월 1일)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바로 지금, 국경절 연휴 일주일 동안 13억 중국인은 손오공이 소란을 피웠다는 톈궁에 대해 온갖 호기심과 자랑거리를 늘어놓을 것이다.
우리는 개천절이나 광복절을 앞두고 우주발사체인 나로호를 쏠 배짱이 있을까? 태극기도 달지 않고 TV의 기념식도 외면하며 그 기념일의 의미마저 희미해지는 요즘, 특정 국경일에 나로호의 발사를 맞추고 싶은 호사가(好事家)의 기대는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남세스럽다. 나로호 발사는 2009년 8월과 2010년 6월, 두 번 모두 실패했다. 내년 여름쯤 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한 3번째 발사는 정말 준비를 하기는 하는 건지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나로가 미로에 빠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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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로서는 나로호 발사 자체에 대한 위험 부담이 누적된 데다 만약 실패하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야권은 나로호 발사에 별 관심도 없지만, 만약 성공하면 집권하는 데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을 걱정한다. 성공해도 문제고 실패해도 문제다. 여야 할 것 없이 나로호 발사를 수천억 원짜리 ‘우주 쇼’로 여기는 것이다.
두 번째 실패 이후 그 원인과 책임을 놓고 4차례에 걸쳐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를 운영하고, 한-러 민간전문가조사단을 구성하고, 한-러 공동조사단(FIG) 회의도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6개월째 지루하게 티격태격하는 양쪽의 태도를 볼 때 3차 발사에 대한 의지는 사라지고 의무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이런 발사가 성공할 수 있을까?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해 러시아와 신속하고 당당하게 협상하는 정부를 보며, 왜 나로호 발사 사업에 대해서는 신속하지도 당당하지도 않은지 궁금하다. 나로가 미로에 빠진 것은 과학자나 행정부의 무능이 아니라 정치권의 무관심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
톈궁 1호를 발사하던 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9명 모두 베이징(北京)과 주취안(酒泉)의 우주통제센터에서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 그들은 53년 전 “미국과 소련이 한다면 우리도 한다”며 우주 개발을 선언한 마오쩌둥을 떠올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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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두영 과학동아 편집인 huhh2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