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학생들, 다큐 ‘헤어진 가족들’ 美 상원서 상영
4일 오후 미국 워싱턴 상원 덕센빌딩 회의실에서 100여 명의 방청객이 다큐멘터리 영화 ‘헤어진 가족들’을 관람하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나이 60은 훌쩍 넘어 보이는 한복 차림의 자매가 오빠를 그리는 노래를 부르다 결국 눈물을 흘린다. 북한에 두고 온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근 60년 만에 고향을 사흘간 방문한 재미교포는 여동생들에게 “건강 조심하고, 울지 마”라고 말하며 고향을 떠난다. 동생들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꾹 참았던 그는 차에 오른 뒤 눈물을 펑펑 쏟는다. 4일 오후 6시 워싱턴 미국 상원의 덕센빌딩 회의실에서 재미 이산가족의 애절한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헤어진 가족들(Divided Families)’이 상영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함께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재미교포 제이슨 안 씨(27·의대 재학)와 유진 정 씨(27·비즈니스스쿨 재학)가 공동으로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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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는 고향 함경북도에 두고 온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같은 아픔을 안은 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나는 20대 중반이 될 때까지 도대체 뭐 하고 지냈는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습니다.”(안 씨)
안 씨와 정 씨는 뉴욕과 뉴저지, 워싱턴, 버지니아, 유타, 로스앤젤레스 등 미국 각지를 돌면서 재미 이산가족 17명을 인터뷰했다. 2009년 뉴욕에서 6·25전쟁 관련 행사를 하면서 2만 달러를 모금했다. 두 사람은 이산가족을 따라 직접 북한까지 가서 영화를 촬영했다. 프로듀서 역할도 했다. 정 씨는 “미국에는 10만 명의 이산가족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70∼90대의 고령으로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안 씨는 “미 전역을 돌면서 대학과 교회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마크 커크 상원의원과 보좌관 등 100여 명이 시사회장을 가득 메웠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