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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 간 다니엘 헤니 “질병-기아속 아이들… 내 인생 가장 슬픈 장면”

입력 | 2011-10-04 03:00:00

세계 최대 난민촌-빈민촌




다니엘 헤니는 케냐의 빈민촌과 난민촌에서 만난 아이들을 안아줬다. 그는 이들의 열악한 생활 여건을 보고 “아이들의 웃음에서 희망을 봤다”고 했다. KBS 제공·다다브=강은지 기자 kej09@donag.com

“난 곧 집으로 돌아가지만 이 사람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도심 빈민촌 키베라를 둘러본 배우 다니엘 헤니(32)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지난달 30일까지 6일간 세계 최대의 난민촌인 케냐의 다다브와 빈민촌 키베라에 머물렀다. 제3세계에서 고통 받는 이들의 모습을 한국 시청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어린이재단이 후원하고 KBS가 기획한 ‘희망로드 대장정’ 촬영에 참가한 것.

다다브 난민촌은 1991년 유엔난민기구가 내전을 피해 온 소말리아인들을 위해 조성했다. 최근엔 가뭄을 피해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수용 규모 10만 명인 이 난민촌에 50만 명이 살고 있다. 요즘도 하루 평균 300명이 넘는 난민이 몰려온다. 이곳에서 사흘을 보낸 헤니는 “아름다운 자연으로만 아프리카를 상상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슬프게 기억될 장면을 목격했다”라고 말했다.

돌배기 아이를 설사병으로 잃은 부모, 등이 굽었으나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소녀, 영양실조로 걷지 못하는 두 돌배기 아이들을 만났다. 사연을 들을 때마다 코끝이 빨개진 채 모자를 깊게 눌러 쓰던 헤니는 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사진도 찍어줬다. “구호품을 받으려고 아이를 안고 뛰는 사람들의 모습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네요.”



모래바람으로 눈을 뜨기 어려웠던 다다브를 떠나 키베라로 들어서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흙과 나무로 지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옆을 지나는 좁은 도랑엔 집에서 버린 오수들이 쓰레기와 범벅이 돼 있었다. 한 아이가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도랑에 던지자 쓰레기에 앉아있던 파리 수십 마리가 붕 하고 날아올랐다.

“처음엔 악취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들었죠. 천진난만한 아이들을 보고서 마음이 편해졌고, 이들의 삶을 보니 다시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헤니를 본 아이들은 “하우 아유(안녕하세요)”를 합창하며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에이즈에 걸린 모자를 만나 병원에 데려다준 뒤 그는 아이들과 함께 시장 음식도 사 먹었다.

나이로비를 떠나던 날 헤니는 “사람들이 이곳에 와 아이들 손도 잡아보고 이곳의 현실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직접 와 보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느낌이 올 거예요. 많은 사람이 올 수 있도록 비행기 티켓을 사 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열심히 일해야겠어요.”

헤니가 전하고 싶은 케냐 이야기는 다음 달에 방송될 예정이다.

나이로비=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