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홀 전쟁/레너드 서스킨드 지음·이종필 옮김/580쪽·2만5000원·사이언스북스
블랙홀은 그 내부와 외부를 서로 연결될 수 없는 두 세계로 나누어 놓는다. 그러므로 일단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책이든 컴퓨터든, 그 물건의 정보는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으며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 호킹의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일반 상대론 학자들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호킹의 주장을 들은 토프트와 서스킨드는 양자역학적으로 그 내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기나긴 연구의 여정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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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반드시 두 사람만의 논쟁도 아니었다. 스트로민저와 호로비츠 같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전문가들은 호킹의 편에 섰고, 게이지 이론이 양자역학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해서 1999년 노벨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토프트 같은 사람은 서스킨드와 견해를 같이 했다. 그러니까 이는 어떤 의미에서 호킹과 같이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중력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토프트로 대표되는 양자 물리학자들 사이의 논쟁이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호킹의 주장은 비록 틀렸지만 이 모든 새로운 관점과 이해와 물리학의 진보를 가져오게 한 것은 바로 호킹의 ‘틀렸지만 통찰력 있는’ 질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진정한 주역은 호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서 서스킨드 역시 호킹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위대한 틀린 질문을 하는 것은 수백 개의 평범한 옳은 이론보다 더 훌륭한 일이다.
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