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건 먹을거리만이 아니었다. 미군은 동계훈련을 나가면 야영지에 더운물이 콸콸 쏟아지는 샤워 전용 천막부터 설치했다. 이렇게 풍족한 군대가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악’과 ‘깡’은 춥고 배고파야 발휘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답답해 보일 만큼 성실했다. 훈련 때도 꾀를 부리지 않았다. 공식 체력훈련이 없는 주말에도 연병장을 달리며 자기 관리를 했다. ‘입고 먹는 것이 넉넉해야 예절을 안다(衣食足而知禮節)’고 했다. 군인의 ‘예절’은 군기(軍紀)다.
▷전·의경의 한 끼 급식비가 1940원이라고 한다. 군 장병 급식비도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 공립초등학교의 한 끼 급식비 2457원(관리·인건비를 뺀 식자재비는 2222원)보다 적다. 전·의경의 임무는 ‘치안업무 보조’이지만 격렬한 시위 현장에선 전·의경이 업무의 일선에 서고 직업경찰관이 보조를 맡는다. 일부 전·의경은 경찰관의 구두를 닦고 옷을 다리는 일까지 떠맡는다. 가혹행위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밤낮을 안 가리는 불법 시위를 막느라 식사도 제때 못하는 이들에게 밥은 든든히 먹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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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