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욱 산업부
SK텔레콤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LTE 요금제를 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SK텔레콤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여서 모든 요금제를 만들 때마다 방통위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석연치 않았다. SK텔레콤은 7월 1일 노트북 모뎀을 이용한 LTE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위한 서비스는 당시에도 9월 마지막 주에 시작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방통위와의 조율도 이미 그때부터 시작됐다. 몇 개월간 조율해 결정한 발표 일정이 불과 4시간 만에 없던 일로 됐다.
광고 로드중
마침 22일은 방통위의 국정감사가 있는 날이었다. 통신업계는 방통위가 국감에서 비판 받을 게 두려워 결정을 미뤘다고 보고 있다. 만약 방통위가 SK텔레콤이 낸 요금제를 인가하면 방통위가 요금 인상을 방관했다고 비판받을 게 뻔했다. 거꾸로 요금제를 불허해 SK텔레콤이 예전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으면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발생하는 통신망 과부하 문제에 대해 손을 놓았다는 비판이 예상됐다.
방통위는 소나기를 피할 생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치적인 고려로 기업만 골탕을 먹었다. SK텔레콤뿐 아니다. 단말기 제조업체인 삼성전자도 이날 LTE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다음 달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폰 5’에 맞설 제품이었다. 한국에서 반응이 좋으면 세계 시장에도 판매될 제품이었는데 결국 일정을 수정해야 했다. 하루 앞선 21일 새 LTE폰을 선보였던 대만 HTC도 당분간 손가락만 빨게 됐다. LTE의 빠른 통신 속도를 활용한 새로운 앱(응용프로그램)을 준비해 온 국내의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또 어떤가.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방통위가 국감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한다면 방통위 내부에 국감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렇게 한다면 한국의 IT 산업계가 방통위의 ‘입’만 쳐다보는 코미디는 사라지게 될까.
정진욱 산업부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