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강등 전염’ 여부-美 부양책 주목을
그리스의 디폴트(국가부도) 우려,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살얼음판을 걷던 글로벌 증시에 20일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새로운 폭풍이 휘몰아쳤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주요국 증시가 동반하락으로 반응했고 국내 증시 역시 장중 1,800 선이 무너지는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이번 강등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 강등 도미노 사태가 벌어진다면 국내 증시도 메가톤급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선방했지만 여전히 불안
이날 코스피가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이 예고된 악재였기 때문이다. 5월 S&P가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강등을 어느 정도 예상한 상태였던 것. 이번 주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부양책 기대감도 투자심리 위축을 완화시켰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유로존 채무위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 미국 신용등급 때처럼 여파가 크진 않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제규모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모두 합한 규모보다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강등이 앞으로 어떤 부메랑이 돼 시장을 뒤흔들어 놓을지 섣불리 예단하기 힘들다. 특히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이 외환시장에 추가로 충격을 주면 국내 증시의 하락 압력이 증폭될 수 있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외환시장 불안심리가 커진 상황이라 외환시장 충격이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코스피 1,800 선이 위협받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 신용등급 강등 전염될지 지켜봐야
국내외 금융시장 주변 환경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투자자들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가능성이 정치적으로도 복잡하게 얽혀 단기간 해결이 어려우므로 연말까지 장기적 안목으로 사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