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중 현주소 학생·학부모의 생각은
학생에게 교육선택의 기회를 제공하고 수월성 교육을 보장함으로써 국제적 인재를 길러낸다는 취지로 설립된 국제중. 하지만 최근 경쟁률 하락 추세가 이어지면서 국제중의 위상을 둘러싼 인식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청심국제중 개교 6년,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개교 3년째인 지금, 국제중을 바라보는 학생과 학부모의 생각엔 어떤 변화가 있을까.》
○경쟁률 하락 추세 이어져
국제중은 개교 당시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뜨겁게 떠올랐다. 국제중 입시는 외국어고나 국제고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전초전’으로 인식되면서 일반전형 경쟁률이 50 대 1을 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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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비교내신제’ 폐지.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 입시에서 국제중 졸업생에게 비교내신점수를 적용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왔던 비교내신제가 지난해부터 전격 폐지됨에 따라 국제중 졸업 후 특목고나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할 수 있는 문이 좁아진 탓이다. 예컨대 외국어고 합격안정권인 영어 내신성적 1등급(4% 이내)을 받으려면, 국제중 한 학년이 약 160명임을 감안할 때 전교 5, 6등 안엔 들어야 한다는 것.
서울지역 상위권 중학생이 갖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도 국제중 경쟁률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자율고인 하나고가 지난해 서울에 개교하고, 경기권 외국어고였던 용인외고가 전국단위 자율고로 전환됨에 따라 상위권의 고교선택 범위가 커졌다는 얘기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좋은 이른바 일반계 ‘명문고’ 중 일부도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50% 이내 학생을 추첨해 뽑는 자율고로 전환됐다. 말하자면 고교 입시가 본격화된 것”이라면서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국제중에선 내신 50% 안에 들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고입을 염두에 둔다면 일반중에 가서 좋은 성적을 얻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교내신제가 적용되지 않는 올해 국제중 1학년의 경우 전출자 수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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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는 국제중 진학에 관심이 크다. 일례로 8월 치러진 대원국제중의 전입학 전형의 경쟁률은 약 13 대 1. 5명의 공석을 채우는 데 60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린 것이다. 특히 전국단위로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의 경우 비교내신제 폐지가 확정 발표된 지난해 신입학 전형 경쟁률은 전년보다 오히려 소폭 올랐다. 이들이 국제중을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대다수 학부모들은 ‘일찍부터 탄탄한 공부습관을 키워주고 싶다’는 이유를 꼽는다. 우수한 교육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커리큘럼을 3년 간 경험하면, 어떤 고등학교를 가든지 흔들림 없이 공부할 내공이 쌓인다는 것.
국제중 1학년 자녀를 둔 어머니 A 씨(42·서울 송파구)는 “영어과목 외에 수학, 과학 같은 과목도 100% 영어수업으로 이뤄지고 발표, 토론, 팀 프로젝트 활동 위주의 수업이 많다”면서 “아이 성적은 현재 중하위권이지만 여기서 버틴다면 어느 고등학교에 가든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국제중을 둘러싼 학생과 학부모의 근원적 인식이 달라진 셈. 국제중을 예전엔 특목고 진학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사전 단계로 인식했다면, 지금은 중학 단계에서부터 뛰어난 영어실력과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기를 기회로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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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 대원국제중 교감은 “좋은 고등학교에 가는 걸 목표로 하는 학생과 학부모라면 국제중은 시각에 따라 불리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입학설명회에서도 주지시킨다”면서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국제적 인재로 성장하기 위한 영어실력과 학습능력을 확실히 기를 수 있다는 점은 국제중이 갖는 불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장재원 기자 jj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