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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병영에서 건강 위협받는 장병들

입력 | 2011-09-19 03:00:00


국방부가 장병들의 숙식 공간인 병영생활관(내무반)을 포함해 군부대 건축물을 전수(全數) 조사한 결과 30% 이상의 건물에서 석면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석면이 호흡을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폐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킨다. 1977년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뒤 각국의 규제가 강화돼 최근에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9년 석면이 0.1% 이상 함유된 건축자재의 제조 수입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해 국방부가 3개 부대를 선정해 석면자재 사용 비율을 시범 조사했더니 2000년 이후 지어진 건축물이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보다 오히려 사용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부터 건축 공사를 할 때 석면을 위험물질로 취급해 왔는데도 군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장병들이 20개월 이상 숙식을 하는 병영생활관의 발암물질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군은 석면 제거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장병들의 건강을 해치는 불량 군납(軍納) 사례도 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난주에는 공업용 메탄올을 섞은 불량 소독약이 2년간 군에 납품된 사실이 확인됐다. 메탄올은 시력장애 등을 일으키는 유독 물질이다. 지난달에는 곰팡이 햄버거와 건빵을 납품한 업자가 적발됐다. 일부 방위사업청 공무원과 장교들은 뇌물을 받고 양심불량 업체가 군납업체로 선정되도록 낙찰 단가를 알려주고, 원가보다 비싸게 납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방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에서 확인될 때까지 2년 동안 공업용 소독약의 군대 유입을 까맣게 몰랐다. 군과 방사청의 구조적인 비리가 석면 사용을 조장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의무지원 체계 선진화, 병영시설 현대화, 장병 복지 개선을 통해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병사들은 석면 내무반에서 곰팡이 햄버거를 먹고 공업용 메탄올로 상처를 소독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 심정이 어떻겠는가. 국방부는 대오 각성해야 한다. 장병들의 건강을 해치는 위협요인 제거와 불량 군납 근절이야말로 강한 군대를 만드는 지름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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