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땐 7주, 요즘은 3년” 특허심사 단축법 서명… 고교생 발명품 격려하며 과학 중요성 강조
“로봇이 나를 덮칠 것 같은데…길을 비켜줄까요?”(웃음)
미국 버지니아 주 알렉산드리아에 위치한 토머스제퍼슨과학기술고. 미국 내 최고의 공립고로 꼽히는 과학영재고다. 16일 오전 11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 교실을 찾았다. 학생들이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발명품을 선보였다.
첫 번째 작품은 지난해 워싱턴DC 지역 로봇경진대회에서 1등을 한 삼각형 모양 로봇 ‘더프(Derp)’. 12학년(고교 3년)생 30명과 11학년(고교 2년)생 6명의 공동 작품으로 물건을 집어 들어 다양한 높이에 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통령은 웃으며 “정말 로봇이 작동하느냐”며 “저기 있는 마이크를 잡아보라. 마이크가 망가지면 물어내야 할 거야”라고 말했다. 로봇이 마이크를 잡아 올리자 교실에선 환성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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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과학고 현장 방문은 과학기술 발명과 특허에 미국 산업의 경쟁력과 미래가 걸려 있다는 절박한 인식의 발로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선정하는 미 공립학교 평가에서 3년 연속 1위로 선정된 토머스제퍼슨과학고는 대부분의 수업을 실험과 실습으로 진행한다. 많은 학생이 대학 과정인 AP 과목을 미리 이수하며 대학 연구소나 정부 및 민간연구소와 손잡고 발명품을 함께 만들어 내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학교 실내체육관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 650여 명이 빼곡하게 자리를 메운 가운데 연설했다. 대통령을 청중에게 소개하는 학생은 지난해 바닥에 설치할 수 있는 저장 공간을 발명해 특허를 딴 12학년 학생 레베카 힌드먼 양. 부엌이나 화장실 타일 밑에 저장고를 만드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따낸 이 학생은 기업들로부터 상용화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받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고교 1학년 때엔 내 작품으로 특허를 낼 만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여러분 옆에 서 있으니까 나도 점점 똑똑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고 체육관은 폭소와 함께 박수소리로 가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을 때 특허는 7주 만에 나왔지만 지금은 거의 3년이나 걸린다”며 “내가 이곳에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학생들과 데이비드 카포스 특허청장 및 여야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야가 합의한 개정 특허법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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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버지니아)=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