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 무대배치 ‘권력’ 나타내나란히 앉으면 동반자 관계
듀오로 연주하는 조성진(왼쪽), 손열음.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위), 리가 피아노 듀오. 동아일보DB
특히 두 대의 피아노를 무대에 어떻게 배치하는지 눈여겨보자. 여기엔 권력 관계가 숨어 있다. 한 연주자가 1주자, 다른 주자가 2주자로 위계가 확실할 때 마주 앉는 경우가 많다. 보통 객석에서 볼 때 왼쪽이 1주자, 오른쪽이 2주자다. 아버지와 아들이 연주하는 아슈케나지 듀오도 마주 보고 앉는다. 하지만 이런 배치에선 서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섬세한 곡은 잘 나오는 편이지만 ‘센 곡’은 각자 힘을 과시하는 데 그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와 달리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는 경우는 ‘동반자적 관계’다. 2008년 한국을 찾은 프랑스의 라베크 자매가 대표적이다. 의사소통이 원활하며 상대 연주자의 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일 수 있다. 1, 2주자의 자리를 바꿔 앉기도 마주 보는 것보다 간편하다. 듀오들은 대부분 나란히 앉기보다는 마주보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한 줄로 앉으면 한 대의 피아노를 네 손으로 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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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