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도가 돈” 전자식 꽃 경매… 24시간 내 유럽 전역 수출
대학 강의실 같은 ‘알스메이르 경매장’ 지난달 30일 네덜란드 플로라홀란트의 알스메이르 경매장에서 조합 농가들이 생산한 꽃이 경매되고 있는 모습. 바이어들은 모니터를 통해 나오는 꽃 사진과 품질등급 정보를 보고 입찰을 하는데 화면에서는 생산농가와 농장주 이름, 꽃의 국적과 꽃송이의 개수, 크기 정보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알스메이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네덜란드는 미국의 뒤를 잇는 세계 2위 수준의 농업수출강국이다. 그중에서도 네덜란드 채소·과일·버섯 농가들의 협동조합인 ‘그리너리(Greenery)’와 화훼 농가들의 협동조합인 ‘플로라홀란트(Flora Holland)’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유럽 청과시장의 강자
이날 축구장 크기의 물류센터에서는 네덜란드의 대표 수출작물인 파프리카의 분류, 포장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리너리 직원들이 각 농가가 싣고 온 파프리카를 포장 레일 위에 쏟아 붓자 사람 손처럼 생긴 로봇들이 엄청난 속도로 파프리카를 무게와 색깔에 따라 척척 분류해냈다. 농장에서 갓 딴 파프리카가 슈퍼에 곧바로 내놓을 수 있는 완벽한 형태로 포장되는 데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너리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네덜란드에서 생산되는 청과 물량의 40%가 그리너리를 통해 유통되는데 25%만 내수용이고 나머지 75%는 모두 유럽과 북미, 동아시아 등에 수출된다”고 말했다. 그리너리의 지난해 매출은 18억 유로(약 2조7180억 원) 규모에 달한다.
그리너리의 물류설비와 판매망이 처음부터 이렇게 웅장했던 건 아니다. 그리너리는 1903년 청과 농가들의 경매장 형태로 출발했는데 1990년대 들어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규모를 키웠다. 1996년에는 9개의 청과 경매농협을 합병했고, 별도의 자회사를 세워 농산물 판매를 전문화했다.
○ 세계 최대 화훼농협
경매장 내 창고 곳곳은 플로라홀란트의 조합원인 6000여 꽃 농가가 수확해 보낸 꽃들로 가득 차 있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농가들이 꽃을 키워 수확해 보내기만 하면 포장, 경매, 수출 등 모든 작업을 조합이 처리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경매장에서는 꽃 경매가 한창이었다.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의 경매장에서 고성과 수(手)신호가 오가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모든 경매가 ‘전자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바이어들은 대학 강의실 같은 커다란 룸의 책상에 앉아 대형 전광판과 책상 앞 모니터를 통해 경매 물건을 확인하고 ‘마우스 클릭’을 통해 입찰을 진행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화훼산업은 꽃의 신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경매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곳에서는 꽃에 대한 정보가 모두 자동 전자식으로 처리돼 트럭 한 대 분량의 꽃을 경매하는 데 채 1초가 걸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실제 플로라홀란트의 물류 속도는 24시간 안에 유럽 전역에 꽃을 보낼 수 있을 정도다. 신속 처리가 가능한 첨단물류시스템 구축이 플로라홀란트의 성공 원인이었다. 플로라홀란트 관계자는 “이곳에서 매일 오전에 경매되는 꽃 물량은 2100만 송이에 달한다”며 “이를 통해 지난해 플로라홀란트는 41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고 말했다.
블레이스베이크·알스메이르=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