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돌봐주는 로봇 ‘키봇’… 넉달 만에 1만대 판매 돌풍
KT와 아이리버가 힘을 모아 개발한 유아용 로봇 ‘키봇’이 나온 지 넉 달 만인 8월 31일 누적 판매량 1만 대를 돌파했다. 로봇업계에서는 ‘사건’이다.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하는 산업용 로봇은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키봇처럼 특정 대상에 대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 이렇게 많이 팔린 사례는 없다. 모두가 휴대전화를 한 대씩 들고 있는 것처럼 ‘나만의 로봇’을 갖는 ‘개인용 로봇’시대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키봇은 하얀 얼굴에 귀가 있는 원숭이 캐릭터를 닮은 일종의 ‘보모’ 로봇이다. 전자태그(RFID)가 부착된 책을 키봇의 몸에 대면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불러준다. 아이가 엄마의 사진이 담긴 카드를 키봇에 갖다 대면 LCD 화면으로 엄마의 얼굴이 뜨며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정부는 로봇산업을 미래 블루오션으로 삼아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지식경제부 최중경 장관은 “우리나라는 전자 정보기술(IT) 기계 기술 등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어 이들의 융합을 통해 로봇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2010년 국내 로봇산업 규모는 생산액 기준 전년 대비 74.9% 성장한 1조7848억 원으로 사상 처음 1조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개인용 로봇 비중은 1717억 원(9.6%)에 불과하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개인용 로봇은 2020년 세계시장 규모가 30조 원(약 280억 달러)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키봇의 성공 요인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의 승리”라며 “이미 한국의 로봇제조 기술력은 선진국 수준이지만, 로봇에 담을 콘텐츠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