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생산 -설비투자 ↓ … “믿을 건 수출인데…” 美-유럽 경기전망도 냉각
벤 버냉키 美 연방준비제도 의장
이런 가운데 미국과 유럽도 금융시장 불안이 심리지표 악화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침체의 어두운 터널 앞에 선 세계경제는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다음 달 내놓기로 약속한 ‘특단의 조치’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 경기둔화 본격화되나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자동차 관련 투자 증가에도 전기 및 전자기기, 일반기계류 투자가 크게 줄면서 전년 동월 대비 2.7% 감소했다. 건설경기를 보여주는 건설 기성액 역시 전년 동월 대비 13.2% 감소해 올 2월(―20.0%)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특히 8월 들어 한국 경제의 버팀목 구실을 해왔던 수출마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개연성이 높아져 경제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월에도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가 동반 상승한 만큼 완만한 경기회복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글로벌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 악화로 향후 경제운용 전반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 그래도 믿을 건 미국뿐
신용등급 강등과 재정위기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는 미국과 유럽도 심리지표가 빠르게 냉각되며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 잠정치는 44.5로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비자신뢰지수는 미국 경기선행지수 항목 중 하나로 기준선인 50을 밑돈다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재정위기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 역시 17개국에서 조사된 경기체감지수가 98.3으로 6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 “3차 양적완화는 최악상황서 도입” ▼
이처럼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미국이 내놓을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버냉키 의장이 9월 20,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놓을 경기부양책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이 보유한 단기채권을 시중에 팔고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방안이다. 미래에 풀 자금을 앞당겨 공급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연준은 신규 자금을 직접 풀지 않고도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차 양적완화(QE3)도 거론되고 있지만 물가안정을 내세워 부양책에 반대하는 연준 위원들이 적지 않은 만큼 QE3는 더블딥이 가시화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나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 양적완화로도 경기부양에 실패할 경우 미국 연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줄어든다”며 “일단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등으로 소비, 투자심리 위축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 ::
중앙은행이 보유한 단기채권을 시중에 팔고 장기채권을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의 한 방법. 중앙은행이 직접 신규자금을 풀지 않고도 장기 시중금리를 낮춰 금융시장 안정과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