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낮 트리폴리 서부 쇼핑가 구트샤알 거리의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열었다. 바로 하루 전인 28일 대부분이 셔터를 내린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트리폴리는 하루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고 있다. 아직 공항은 개방되지 않았지만 항구가 지난 주말 문을 열었고 슈퍼마켓과 주유소 등도 영업을 재개하는 모습이었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조금씩 정상화되는 도시를 보면 트리폴리에 안정이 찾아온 듯하지만 이들에겐 독재자 축출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남아 있다.
○ 범람하는 총기
29일 트리폴리에서 만난 이윤규 전 한인회장은 “반군들이 축포를 쏘다가 잘못 격발해 동료가 숨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트리폴리 위성도시 잔주르에 사는 교민 박경옥 씨(54)도 “반군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다른 반군의 종아리에 총을 쏘는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말했다.
○ 치안유지, 경제안정 등 과제 산적
혁명 후 리비아는 신생 민주주의 국가로서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테러와 보복 범죄 등 각종 폭력으로부터의 안정이다. 반군의 일원으로 트리폴리 항에서 물류관리를 맡고 있는 피투리 알바쉬 씨(25)는 “항구에 폭발물을 갖고 오는 정부군이 있을 수 있어 보안검색을 철저히 해야 한다”며 테러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반군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카다피 정부에서 일했던 주요 인사들에 대한 보복을 막기 위해 요르단이나 레바논 보안업체에 이들에 대한 경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에 가담한 청년들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트리폴리에서 기자가 만난 이들의 상당수는 실업자나 나이 어린 학생들이었다. 이번 혁명이 리비아의 정치적 발전은 이뤘지만 경제적 번영까지 보장하진 않는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이들이 사회혼란의 진원지로 떠오를 소지가 크다. 특히 반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들은 새 정부에서 요직 등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군의 무기를 회수한 뒤 제대로 된 경찰력을 확보하는 것도 시급하다.
트리폴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