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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나눔철학, 기부보다는 ‘사회적 기업’

입력 | 2011-08-30 03:00:00

“단순기부는 3배, 사회적기업 통하면 30배 가치 창출”… 이건희-정몽구 회장과 다른 행보




동아일보 DB

정부의 ‘공생발전’ 주문에 부응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000억 원 상당의 사재를 내놓았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1조 원 규모의 기부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재계 3위인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사진)의 조용한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현재까지 최 회장이 ‘돈을 내놓겠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선경그룹 시절부터 ‘사회구성원의 행복’을 강조해온 SK여서 이런 행보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SK 측은 29일 “최 회장의 구상은 단순 기부에 머물지 않는, 더 효과적인 방식의 나눔”이라며 “타 기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 이사회에서 기부에 관한 그의 생각을 밝혔다. 최 회장은 당시 “단순 기부 등 전통적 사회공헌활동은 투입비용 대비 3배의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사회적 기업인 ‘행복한 학교’는 30배의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기업의 기부는 기업적 메커니즘을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단순 기부로는 사회적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최 회장이 ‘사회적 기업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유도 사회적 기업을 기부의 한 방법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영리기업과 비영리봉사단체의 중간 형태로, 취약 계층에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해 자립을 돕는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말한다. SK는 저소득층에 도시락을 만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이 도시락을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행복 도시락’, 저소득층 학생들의 방과후 수업을 지원하는 ‘행복한 학교’ 등 69개의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SK는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 사회공헌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사회공헌사무국’을 만들었다. 사무국에서 사회적 기업의 모델과 지원 방안을 연구하면 각 계열사나 행복나눔재단이 인력 지원이나 기금 후원 등 실무를 맡는 방식이다. 올해 사회적 기업에 5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SK는 기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SK 관계자는 “최근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한 것은 정치권의 압박 때문이 아니라 최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미 연초에 구상한 것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SK는 나아가 출소자나 탈북자 등 새로운 기반에서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기업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법무부와 손잡고 출소자의 자립을 돕는 ‘행복한 뉴라이프 재단’을 만든 것이 한 예다.

SK의 차별화된 행보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유엔이 해결하고자 하는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최 회장과 SK그룹의 사회적 기업 모델이 표본이 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사회적 기업과 더불어 최 회장이 주력하는 기부 형태는 인재 양성이다. 최 회장은 고 최종현 SK 회장이 장학퀴즈를 통해 인재를 키우고, 사회에 힘을 보태는 것을 지켜봤다. SK는 1973년부터 장학퀴즈를 후원하고 있고, 장학퀴즈 출신자 모임인 ‘수람회’가 하는 각종 봉사활동에도 기금을 보태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