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통합을 위한 창당대회를 다음 달 25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민노당은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권영길 후보를 내세웠다가 참패한 뒤 내부 갈등을 겪었다. 2008년 3월 조승수 심상정 노회찬 씨 등 민중민주주의(PD)계열 세력은 당내 다른 파벌인 민족해방(NL)파의 종북(從北)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해 진보신당을 만들었다. 당시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을 용인하고 사실상 고려연방제를 뜻하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을 대선 구호로 내세운 친북 세력과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렇게 갈라진 두 정당이 3년 5개월 만에 다시 통합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민노당의 종북주의는 그동안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민노당 이정희 대표는 세계가 비웃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와 민노당의 판단이며 선택”이라고 말했다. 역사적 진실인 북한의 6·25 남침에 대해서도 “북침인지, 남침인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 말하겠다”고 해놓고 더는 말이 없다. 노무현 정권 시절 종북주의 논쟁을 촉발한 ‘일심회’ 간첩사건 때처럼 이번에도 민노당과 민주노총 인사들은 ‘왕재산’ 간첩사건의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의 권력승계 문제는 국민 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고 합의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비판에 대해서는 그나마 진전했다고 볼 수 있지만 북한의 반민주 반인권 정책에 대해선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이른바 진보 정당이 인권과 민주를 최고의 가치로 삼으면서도 북한 체제에 예외를 두는 것은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진보신당이 이런 조건으로 민노당과 다시 합치는 것은 종북주의에 굴복하는 것이자, 3년여 동안 활동한 독자적 진보 정당의 의미를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