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 감사하지만 장애인 아닌 그냥 육상선수로 봐달라”
장애를 뛰어넘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 25일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밝은 표정으로 자신의 트랙 인생과 출전 소감 등 얘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대구=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오랫동안 꾹 참고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는 듯 목소리에서 힘이 느껴졌다. 입국 후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던 그이기에 더욱 강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남아공)가 25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선수촌 앞 한 카페에서 일주일 남짓한 한국생활에 대한 감흥을 전해줬다. 대구 도착 후 언론과의 첫 단독 인터뷰다.
피스토리우스는 장애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A기준기록(45초25)을 통과해 감동을 준 주인공. 종아리뼈 없이 태어나 양쪽 다리를 쓰지 못해 탄소섬유 재질의 의족(보철다리)을 붙이고 레이스를 펼친다. 의족 모양이 칼날과 비슷해서 ‘블레이드 러너’라는 애칭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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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토리우스의 불편한 속내는 입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의족 논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인터넷에서 내가 의족을 바꿔서 올 시즌 기록이 좋아졌다는 글을 봤다.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7년 동안 단 한 번도 의족을 바꾼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본보 독자에게 남긴 메시지와 사인. 그는 ‘모든 지원에 감사한다’는 글로 한국 팬들의 성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피스토리우스는 주종목인 400m뿐 아니라 1600m계주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몇 번 주자로 나서도 문제없다. 나에게는 영광스러운 추억이 될 것이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의 환한 미소는 28일 오전 11시 15분 남자 400m 예선경기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대구=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