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 경(이하 현지시각)부터 약 2시간 10분 동안 러시아 동부 부라티야 자치공화국 주도 울란우데 외곽의 '소스노비 보르(소나무 숲)'에 위치한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 영빈관에서 열렸다.
회담에 앞서 김 위원장이 탄 차량 행렬이 오후 1시55분 경 회담장인 제11공수타격여단 영내로 들어가는 것이 취재진에 목격됐다.
그는 시내 관광에서 소비에트 광장에 있는 거대한 레닌 머리 동상을 찾아 머리를 숙였다. 레닌 머리 동상은 높이가 7m로 러시아에서 제일 큰 레닌 두상 조형물이다.
뒤이어 김 위원장은 울란우데의 중앙 체육관과 최근 건설된 드라마 극장,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대형상점인 '메가티탄'에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날 이른 아침 울란우데에 온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보다 훨씬 빠른 오전 10시께 소스노비 보르에 도착했다.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전 공수여단에 새로운 군기(軍旗)를 수여하고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의 일정을 보낸 뒤 영내 영빈관에 머물다가 김 위원장을 맞았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반갑게 맞으며 인사했고 이에 김 위원장은 "만나서 반갑습니다. 10년 전에 처음보고 다시 만나는 것 같습니다"라며 역시 반갑게 화답했다.
이에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예, 그게 평양에서였죠. 그때 방문의 따뜻한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2000년 평양에서 열린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정상회담에서 처음으로 만났는데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그때 크렘린행정실 부실장 자격으로 푸틴을 수행했었다.
인사가 끝나고 단독회담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여기(울란우데)로 나를 만나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사의를 표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여기도 우리나라입니다. 게다가 동반자, 이웃과의 만남에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지요"라고 답했다.
이어 두 정상은 언론을 물린 채 본격 회담에 들어갔다. 이날 회담장 주변에는 연합뉴스를 비롯해 두 정상의 만남을 취재하려는 각국 언론들이 몰렸으나 러시아 당국은 크렘린 출입 기자단에만 취재를 위한 입장을 허용했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1대 1 면담 형식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이 예상보다 길게 진행되고 있던 오후 4시께 제11공수타격여단 상공서 10여 명의 공수부대원이 낙하산을 타고 강하하는 장면이 목격됐고 동시에 사격 소리도 들렸다.
훈련 장면은 약 10분 동안 이어졌는데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공수부대원들의 낙하 시범을 관람한 것으로 추정됐다.
김 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회담은 시작 후 약 2시간 10분 만인 4시 10분 경 끝났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회담 종료 이후에도 한동안 소스노비 보르에 머물다가 오후6시 30분에야 메르세데스 승용차를 타고 영내를 나왔다.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부내 내에서 어떤 일정을 보냈는지는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회담장을 떠나며 차문을 열고 있었으나 도로에서 먼 통제선 밖에 서 있던 취재진이 얼굴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귀로에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현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중국을 거쳐 귀국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침부터 울란우데 시내와 회담장인 소스노비 보르로 이어지는 도로 주변에는 10~200m 간격으로 경찰들이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며 회담장으로 통하는 도로에서는 차량 통행이 전면 차단됐다.
일부 현지 주거민들은 김 위원장의 차량 행렬을 구경하기 위해 도로 변에 나와 기다리기도 했지만 어떤 운전자들은 도로 통제로 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지자 불만을 쏟아내며 경찰에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