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어제 무상급식 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그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투표율이 33.3%에 못 미쳐 투표 자체가 무산되거나, 투표율이 33.3%를 넘더라도 개표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책투표의 성격을 띤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거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향후 다른 지자체의 주민투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신임투표로 그 의미가 변질될 수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오 시장이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측면이 있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사사건건 오 시장의 시정(市政)에 발목을 잡는 현실에서 주민투표에서도 진다면 ‘식물시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주민투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좌파 야권과 운동권은 시장직 사퇴를 거세게 요구할 것이 뻔하다. 한나라당도 중구난방이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시장직을 걸고 서울시민의 뜻에 따르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오 시장은 시장직을 거는 승부수가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되리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가 주민투표에서 이긴다면 오세훈 개인의 승리를 넘어 복지 포퓰리즘의 거대한 흐름에 제동을 거는 의미가 크다. 설사 주민투표에서 져서 시장직을 그만둔다 해도 그가 잘못된 포퓰리즘 극복을 위해 서울시장직을 던진 용기가 평가받을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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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민투표는 복지정책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시장을 뽑는 것 이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다. 오세훈 급식안을 지지하든 곽노현 급식안을 지지하든 서울시민은 투표장에 가서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