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고령화-청년실업… 세대갈등 주목
《재정위기의 한파가 몰아치는 유럽에서 청년 세대의 분노가 폭발했다. 실업난을 배경으로 아테네, 파리, 마드리드를 거친 청년층의 시위는 폭동과 약탈로 비화해 영국을 강타했다. 이는 세대갈등으로 봐야 하나, 아니면 계급갈등인가. 이들의 폭동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인가. (ID: eunj****)》
세대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연령집단(코호트) 중에 동일한 체험과 의미를 공유하는 이들을 뜻한다. 세대 차이는 생물학적 나이의 많고 적음(연령효과)뿐 아니라 언제 역사적 사건을 경험했느냐(시기효과)에 의해서도 좌우된다.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 체험은 일생 동안 기억된다는 점에서 특별히 각인효과가 크다. 또한 공유하는 경험이 강렬할수록 세대의 정체성도 분명해진다. 따라서 물리적 시간과 체험된 역사 간의 긴장과 불일치가 커질수록, 그리고 놓여 있는 구조적 위치가 이질적일수록 세대 간 격차는 갈등으로 발전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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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고도성장기에 두꺼운 생산 연령층을 누렸던 인구 프리미엄은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급속히 줄어들었고, 이는 곧 부담으로 바뀔 기세다. 지속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고용증가율은 미미하다 보니 청년실업도 심각해지고 있다. 더구나 압축적 성장을 이룬 한국은 ‘쌍둥이도 세대차를 느낀다’고 할 만큼 심리적 격차가 큰 사회다. 연령지배체제(gerontocracy)하에 선후배 간 질서가 분명하지만, 동시에 4·19세대나 386세대처럼 체제 전복의 전통도 화려하다.
하지만 과잉복지를 걱정하는 유럽에 비하면 우리는 ‘복지의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복지는 그 설계를 둘러싼 미래형 갈등소재다. 현재 정치권의 무상복지 논쟁이 수상쩍은 이유도 미래에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기 때문이다.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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