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LCD수요 급락… 中공장 착공 속도조절“위기가 곧 기회… R&D투자로 뚫고 나가겠다”
최근 LG디스플레이는 고민에 빠졌다. 중국 광둥(廣東) 성 광저우(廣州)에 짓기로 한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설립 기공식을 이달 안에 열어야 할지 여부 때문이다. 한창 시장이 좋을 때 세워놓은 투자 계획이 현 시점에서는 부담이 되고 있다.
2010년 2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지방정부에 LCD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 승인을 신청할 때만 해도 LCD 시장은 장밋빛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이 2009년 말부터 TV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급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누가 발 빠르게 대응하느냐가 경쟁의 관건이었기에 중국에 대규모 LCD 공장을 짓는 것은 업계의 지상 목표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장쑤(江蘇) 성 쑤저우(蘇州)에 2조6000억 원 규모의 7.5세대 LCD 패널 생산투자 계획을 세웠다. 오랜 줄다리기 끝에 중국 정부는 마침내 지난해 11월 일본이나 대만 업체가 아닌 한국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새 시장이 급변했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일본 LCD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1∼6월)에는 비수기까지 겹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만의 AUO 등이 모두 적자를 봤다. 공장 가동률은 평균 80%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미국발(發) 악재로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신규 투자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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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공사를 시작하되 속도를 조절하며 올해는 최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미룰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착공식과 달리 기공식은 행사의 의미가 더 강하다”며 “본격적인 투자 시기는 향후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국내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미 2분기(4∼6월) 실적 발표에서 LCD 투자를 줄이겠다고 했고, LG디스플레이도 올해 투자 규모를 5조 원에서 4조 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 설비투자는 줄였지만 연구개발(R&D) 투자는 오히려 늘렸다”며 “위기가 오더라도 기회를 찾는 노력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2013년부터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3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