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나/서하진 지음/356쪽·1만2000원·현대문학
세상을 살면서 남자는 한 번쯤 만났으면 하고 여자는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여주인공 ‘나나’는 빼어난 외모뿐만 아니라 치명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나쁜 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현대문학 제공
‘어쩌면 모든 여성은 나나처럼 되기를 꿈꾼다. 면전에서 차갑게 거절하고도 전혀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라는 바를 거침없이 내보이지만 그 상대가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오늘 그가 가슴 아파하면서도 내일 다시 엮이고 싶어 하길 꿈꾸고 바란다.’ 여자들은 나나와 같은 여성을 질시하지만 그녀처럼 남녀 관계에서 ‘절대 권력’을 소유하기를 바란다는 게 작가의 말. 그러기에 나나는 남녀 모두에게 치명적이도록 매력적이다.
1994년 등단해 소설집 ‘착한 가족’ ‘요트’ 등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 맺기를 내밀하게 그려왔던 작가는 보다 ‘독하게’ 돌아왔다. 경장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5년)를 내기는 했지만 300쪽이 넘는 장편은 이번이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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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나나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한다. 큐레이터인 그는 비엔날레 총감독 자리를 노리고 선임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과 교수에게 접근해 그들의 마음을 뺏은 것. 하지만 학력 서류가 위조된 것이 뒤늦게 들통이 나고 나나는 위험에 빠진다.
그렇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신정아 사건’이 떠오른다. “나나란 캐릭터를 만들면서 ‘신정아 사건’과 연결시켰다. 그 사건은 한국이란 사회의 여러 가지 이면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굉장히 소설적인 사건”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소설가 서하진
작품은 복잡하지 않다. 복선이 많이 깔려있지도 않다. 오히려 단순한 구조 속에서 치밀한 상황 묘사나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을 탁월하게 짚어내며 흡입력을 높인다. 다만 여러 번 일어나는 교통사고나 우연한 만남 등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는 아쉬운 대목. 게다가 모친 살해 시도를 할 만큼 ‘악녀’였던 나나가 오빠 인영을 구하고 대신 위험에 빠진다는 갑작스러운 반전은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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