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연기를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최고의 가치이자, 삶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는 건 쉽지 않은 일. 여기, 비록 무명이지만 그렇게 살다 간 사람이 있다.
1963년 오늘, 무명의 단역배우 남춘역(본명 이종모)이 쓰러졌다. 오랜 세월 괴롭혀온 요독증과 기관지 천식이 악화한 것이었다. 이후 20여 일 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병마는 24일 그를 결국 저 세상으로 데려가고 말았다. 44세의 짧고도 힘겨웠던 인생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
해방 이후 배우를 꿈꾸며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한 그는 그러나 뱃사공, 웨이터 등 단역으로 전전해야 했다. 하지만 연기의 꿈은 버릴 수 없었고 이해랑, 김승호 등 당대의 연극인들과 함께 극단 신협에서 활동했다. 그러는 사이 그는 6남매 등 30여 명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가장으로서도 힘겨운 책임감을 저버리지 않았다.
극단 신협의 공연 ‘갈매기떼’에 40세의 나이로 17세 소년을 맡아 출연하는 등 열정을 다했지만 건강은 악화했고 결국 세상을 떠나야 했다.
그의 장례식은 배우협회장으로 치러졌고 죽음을 슬퍼하는 행렬이 동대문부터 종로 거리를 메웠다고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