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수시 낙방생 항소심서 원고 패소 판결최종심 확정땐 대학들 내신보정 크게 늘릴 듯
고려대가 2009학년도 수시 입시에서 수험생들의 내신등급을 보정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금지하고 있는 ‘고교등급제(고교별 학력차 반영)’를 적용한 것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재판장 허부열 부장판사)는 13일 2009학년도 고려대 수시 2-2 일반전형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수험생 24명의 학부모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15일 “고려대가 의도적으로 일류고 출신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해 고등학교별 학력 차이를 반영한 점이 인정된다”며 수험생 24명에게 700만 원씩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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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의 차이는 고려대의 내신 보정 방식을 학교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것으로 봤느냐, 학생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한 것으로 봤느냐다. 1심은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목고 출신을 우대했다고 봤지만 2심은 고려대가 고교 간 등급제를 적용한 것이 아니라 같은 고교 내 여러 과목 지원자 간의 유불리를 보정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내신성적의 난이도 차이를 보정하는 데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써서 표준화 점수를 산출하는 방법만으로도 충분한데도, 고려대가 해당 과목의 학교 평균과 표준편차를 전체 지원자의 평균과 표준편차에 따라 다시 표준화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복잡한 내신성적 보정방식이 특목고 출신 학생에게 유리하게 맞추기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판단이다. 2심 재판부는 “고려대가 사용한 내신등급 보정은 같은 고교 내에서 동일 교과 내 여러 과목 중 지원자가 선택해 이수한 과목별 원(原)석차등급을 보정하기 위한 것이지, 고교별 학력 차이를 점수로 반영해 원석차등급을 보정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비(非)교과영역 평가방법에 대해서도 합리적 결정이라고 인정했다. 판결문에는 “대학이 사전에 공고하지 않은 것을 자의적인 선발 방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데다 영역 배점과 등급 간 점수 차이 등이 합리적, 객관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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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고려대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향후 대학입시에 파장이 예상된다. 그동안 대학들은 학교 간 학력 차이를 고려해 자체적으로 내신을 보정해 왔지만 고교등급제, 학교서열화 논란 등을 우려해 등급 간 점수차를 좁히는 등 간단한 보정만 해왔다. 그러나 최종심에서도 고려대가 승소할 경우 서울 상위권 대학의 내신 보정 방식이 한층 정교하고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논란이 불거지자 이듬해 3월 당시 입시전형심의위원회를 열고 전형과정을 분석한 뒤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대교협은 고교등급제로 판단하지 않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도 대교협의 의견을 수용해 특별한 제재를 검토하지 않았으나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자 판결에 따라 제재 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혔다. 최종심에서도 원고가 패소할 경우 고려대를 제재할 근거는 없어진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