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금 줄고 수익률 낮아 답답… 韓-中 등 신흥국 투자 늘릴 것”
미타니 다카히로 이사장은 10일 “고령화로 인한 연금 고갈 우려와 운용의 비효율성 등 연기금들이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며 “이 상황을 타개할 해답이 없다는 것이 더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미타니 다카히로(三谷隆博) 일본 정부연금투자기금(GPIF) 이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연기금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기금 고갈 우려’”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연기금회의(IP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연금 납입금은 줄어드는데 지출은 계속 증가해 일본 국채 등 일부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덩치가 워낙 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며 자산을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GPIF는 기초연금인 국민연금과 국민연금을 보충하는 후생연금(보수비례연금)의 적립금을 운용하는 기관으로 국민연금과 성격이 비슷하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GPIF는 자산 규모가 1603조 원으로 국민연금(324조 원)보다 다섯 배나 큰 메가톤급 연기금이다.
GPIF의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그간 고집해온 특유의 보수적인 투자방식 때문이기도 하다. 기금의 70% 이상을 수익률이 낮은 일본 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으며, 9%에 해당하는 해외 주식투자도 역시 안정적인 선진국에 한정했다. 하지만 최근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 은퇴로 연금지급액이 수입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흥국 주식투자를 확대하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는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한국 기업들의 선전은 1980년대 일본 기업들의 활약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며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신흥국 투자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타니 이사장은 ‘공격적인 투자 확대’에 관해서는 확실한 선을 그었다. 이들의 원칙은 어디까지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라는 것. 최근 수익률 제고, 투자처 다변화를 위해 해외 및 대체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는 국민연금의 행보와는 차이를 보인다.
그는 “리스크를 많이 떠안고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이냐, 낮은 수익률을 감수하고라도 안정적인 투자를 할 것이냐는 선택의 문제”라며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해외 및 대체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연금개혁안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전체 운용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인 현재 상태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연기금 주주권 강화에 대해서는 “일본은 절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고 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