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재작년부터 시행한 고교선택제를 내년 입학생까지만 유지하고 2013년 입학생부터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현재 중학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할 때는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고, 집과 가까운 학교에 강제 배정하는 ‘선(先)지원-근(近)거리 균형배정’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10월까지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다지만 요식행위에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곽노현 교육감은 두 달 전 “선호학교와 비(非)선호학교 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고교선택제 폐지 또는 수정 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고교선택제의 목적은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도입 첫해인 2010년 지원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17 대 1을 기록한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고였다. 교육여건이 좋은 인근 목동지역에 학생들을 뺏기지 않으려고 맞춤형 방과후 수업, 교과교실제를 마련하고 교장이 최고경영자(CEO)처럼 앞장서면서 “교사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결과였다.
잘 가르치는 학교일수록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도 고교선택제가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교육당국은 ‘당근과 채찍 정책’을 통해 비선호학교도 선호학교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마땅하지, 선택 자체를 없애는 것은 경쟁 없이 적당히 질 나쁜 교육을 시키는 학교를 양산하는 꼴이다. 비선호학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강제로 채워줄 테니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부모들 처지에서 보면 공교육 개혁의 명백한 후퇴다. 특히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들은 근거리에 강제 배정됨으로써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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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고교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비선호학교에 우수 교사를 보내고 교육여건 개선을 대폭 지원해 더 많은 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드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학교는 퇴출도 불사해야만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