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현금자산만 1조5000억원… 자금능력 앞서STX 계열사 지분매각 등 통해 무차입 인수 추진
이로써 주인을 찾지 못해 두 번이나 매각에 실패한 ‘삼수생’ 하이닉스를 두고 반도체와 직접 관련이 없어 보이는 통신사와 조선사가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 하이닉스 인수전 참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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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과 반도체 간 시너지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새로운 통신서비스를 최적화된 상태로 제공하려면 시스템반도체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올 초 국내 모바일반도체 전문업체 엠텍비전과 함께 중국에 합작사 SK엠텍을 설립했다.
그러나 하이닉스는 시스템반도체와 거리가 먼 메모리반도체 회사다. 비(非)메모리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 당장은 없는 상태다. 최윤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을 차기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해본 경험이 없는 반도체기업을 인수하면 회사의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K텔레콤이 이 같은 우려를 잘 알면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꾀하는 것은 결국 SK그룹이 수출 비중이 95%에 이르는 하이닉스를 통해 내수 위주의 계열사를 다각화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탄’을 충분히 보유한 SK텔레콤이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M&A)을 주도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앞서 STX의 이종철 부회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양 분야 매출이 그룹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비중을 낮추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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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와 채권단은 두 번의 불발 끝에 매각 작업이 활기를 찾는 것을 반기는 분위기다. 주식관리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 관계자는 “수차례의 매각실패 끝에 맞은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주식관리협의회는 국가 핵심 산업에 대한 M&A인 점을 감안해 매각 과정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최대한 확보할 계획이며 ‘승자의 저주’를 방지하기 위해 자금조달 능력을 철저히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조5000억∼3조 원으로 추산되는 하이닉스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서는 SK텔레콤이 한발 앞선 상황이다. 현재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 원에 이르는 데다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영업활동 후 회사에 남는 현금)이 1조4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00% 무차입 인수를 선언한 STX는 중동 국부펀드와 각각 50%의 비율로 자금을 마련할 계획으로 보인다. 우선 STX는 계열사의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한편 미상장된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를 서두를 계획이다. 당장 STX다롄과 STX에너지가 그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관리협의회는 공동매각자문사 5개사와 법률자문사, 회계자문사가 참여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2곳에 대한 입찰 참여 적격성 여부를 검증하고, 8월 말 본입찰을 실시한 후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및 본계약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