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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이진녕]IT 시대의 모욕죄

입력 | 2011-07-08 20:00:00


‘악마의 시’를 쓴 영국 소설가 살만 루슈디는 20년 넘게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이란 지도자 호메이니는 1989년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렸다. 호메이니의 죽음과 이란 정부의 관용으로 사형선고는 사실상 효력을 다했지만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여전히 루슈디에 대한 응징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다. 총기사건이 발생한 해병대 부대에서 한 선임병이 이등병에게 “내가 하느님과 동급인데 왜 기독교를 믿느냐. 차라리 내게 기도하라”며 성경책에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개인 모욕이자 종교 모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독이 모욕보다 넓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사실상 의미는 같다. 상대방에 대한 ‘경멸의 의사 표시’를 뜻한다. 우리 형법은 제311조에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모욕죄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모욕의 수단은 언어 문서 행동이 다 포함된다. 경의를 표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고의로 공공연한 장소에서 경의를 표시하지 않는 것도 모욕에 해당할 수 있다.

▷2008년 부산에 사는 40대 취객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데서 경찰관에게 “자네 이름이 뭐야? 말 못해 ×××야”라고 욕을 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법원은 그에게 모욕죄를 적용해 100만 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자 그는 욕설까지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아마 표현의 자유 정도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헌재는 모욕죄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기각했다. 헌재는 “현대사회에서 모욕적 행위가 쉽게 전파되고, 그 피해가 극심하며, 피해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형사처벌을 그 제재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 입법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인터넷의 발달은 모욕의 피해를 걷잡을 수 없게 키운다. 일반인과 연예인들을 향한 악성 댓글, 특정인에 대한 ‘신상 털기’도 모욕에 해당한다. 지하철에서 한 모욕적인 폭언과 행동이 동영상으로 찍혀 인터넷이나 트위터를 타고 무한대로 전파되는 세상이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주고 심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정보기술(IT) 시대를 더불어 살아가려면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