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동생 치료 도움 받았다 → 다른 아픈아이 도와달라 저금통 내놨다 → 아산병원 직원들도 동참했다
《‘릴레이 후원을 부른 3만 원의 힘.’ 9개월 된 막내 혜진 양을 업은 어머니 이금란 씨(41)와 송혜림(11·여) 치현(9) 채원(7·여) 삼남매가 지난달 15일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사무실로 찾아왔다. 삼남매는 토끼 모양의 저금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이 씨는 “아이들이 혜진이를 도와주신 분들께 보답을 하고 싶어 하니 좋은 일에 써 달라”며 저금통을 건넸다.》
둘째 송치현 군, 첫째 송혜림, 셋째 송채원 양, 어머니 이금란씨, 막내 송혜진 양(왼쪽부터)이 동전이 가득한 저금통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이날은 혜진 양이 백내장 수술을 마친 날이었다. 9개월 이상 거의 매일 입원하거나 외래 진료를 받다 보니 치료비 부담은 커져만 갔다. 하지만 혜진이네 가정 형편은 진료비를 낼 만큼 넉넉하지 못했다. 지난해 운영하던 가구점이 망한 뒤부터 기초생활보장급여 수급자가 됐다. 의료급여 대상이지만 비급여 진료와 식대 병실료 등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딱한 사정을 알게 된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은 올해 초 치료비 300만 원을 지원했고 이 달에는 백내장 수술비 등의 진료비 700만 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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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동생이 아픈 것도 걱정이지만 밤마다 몰래 치료비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님 모습이 가슴 아팠어요.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를 도와주셨어요. 동생이 받은 사랑을 다른 아픈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싶어서 돈을 모았어요.”(혜림 양)
삼남매의 사연이 알려지자 서울아산병원 직원들은 릴레이 후원을 시작했다. 삼남매의 기특한 마음에 감동한 직원들이 딱한 사정을 호소하는 다른 환자를 돕기 위해 매칭펀드 조성에 나선 것. 단 2주 만에 500만 원이 모였다. 이 성금은 급성골수모세포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최모 양(12)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김정원 서울아산병원 사회복지팀 과장은 “액수에 상관없이 진심 어린 마음을 보여준 삼남매의 이야기에 호응하는 직원이 의외로 많았다”고 전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