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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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각 팀에는 열 명 남짓한 신인 선수들이 입단한다. 아직 솜털도 채 가시지 않은 해사한 청년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으니 누군들 귀하고 중하지 않을까 마는, 이 중에서도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가 있다. 일찌감치 뛰어난 실력으로 초고교급으로 통하며 상위에 지명되고 거액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 이른바 유망주라 불리는 그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유망주들이 기대만큼 대단한 성적을 거두는 경우는 드물고 그 해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 신인왕을 차지하는 선수는 유망주 뒤쪽에 한 발 물러서 있던 선수인 경우가 많다. 최근 10년간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 중에 1차 지명자가 김태균(전 한화), 임태훈, 이용찬(이상 두산) 단 3명이라는 사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망주에 대한 팬들의 애증은 유별나다. 내 돈으로 준 계약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깝다며 속상해 하고, 저 녀석이 지금은 저래도 언젠가는 ‘터져 줄’ 날이 있을 거라 호언장담한다. 기대와 배반, 기다림과 실망이 교차되며 팬도 선수도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어가지만 여전히 그들은 아직 실현되지 못한 꿈이자 때때로 뒷목을 잡게 하는 원수 덩어리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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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35세에 실력이 만개한 한화 이글스의 박정진 선수는 ‘노망주’라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가 정말 젊은 유망주이던 시절, 그를 끝없이 질책하고 원망했던 나는 이 순간 이토록 제 몫을 다해 주는 박정진 선수에게 고맙고도 미안할 따름이다. 사라졌거나 도망갔거나 돌발 사고로 유니폼을 벗은 다른 유망주들에 비하면 지금 내 눈앞에서 공을 던지고 있는 그가 얼마나 소중한가 말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제 때가 있으며, 그때가 언제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러니 빨리 달아오르고 빨리 식는 애정이 아니라 차분하고 냉정한 눈으로 그들을 조용히 지켜봐 주자.
열혈 여성 야구팬·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