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오른쪽)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청와대에서 우거지 해장국으로 조찬을 겸한 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반부터 시작된 회담은 2시간 5분 동안 이어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2시간의 기 싸움
이 대통령은 우거지해장국이 차려진 회담에서 “(태풍 피해 걱정으로) 잠도 잘 못 잤다. 인명구조에 나선 소방관이 사망한 게 안타깝다”는 말로 대화를 풀어갔다. 손 대표는 “이번 태풍 이름이 ‘메아리’인데 오늘 회담이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안 됐으면 좋겠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시종 긴장감 속에 진행된 회담에선 ‘껄끄러운 발언’도 오갔다.
손 대표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정을 운영해 달라. (내년)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임기가 끝나가는 거대 여당은 ‘독(毒)’일 수 있다”고 규정한 뒤 “청와대가 국회에 주문하고 여당은 숫자로 밀어붙이는 정치는 안 통한다”는 말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나는 나라가 잘되는 쪽으로 가겠다. 반석 위에 기초를 닦겠다. 정부도 너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야가 너무 표를 계산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맞받았다. 또 “국회가 (표 계산만 하지 말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 브리핑도 신경전
“공개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을 (민주당이) 내놓은 것은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입을 연 김 수석은 저축은행 사건과 일자리 대책, 대학 등록금 문제 등에 대해 이 대변인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수정했다.
실제 이 대변인은 자신의 메모를 토대로 비정규직 문제 해법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동일 장소, 동일 노동에 대해서는 ‘같은 대우’를 하겠다”로 발표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임금 차이를 대폭 줄이도록, 이를 강하게 시행해 나가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저축은행 책임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 대변인이 전한 이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전 정권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었으나 김 수석은 “대통령께서 이를 ‘오랜 문제’라고 하다가 과거 정권 탓을 하는 듯이 보이니까 ‘전 정권의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 불법 예금 인출에 대한 검찰 수사 대목에서도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데,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1조 원이 나갔는데 81억 원이 나갔다는 것은 잘못된 측면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이 대통령이 “나도 감정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완벽히 조사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고 발언했다고 수정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