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사별여성의 날’로… 양육 헌신 기리고 관심 촉구
존 레넌 부인 오노 요코, 유엔본부에 기념전시 ‘비틀스’ 멤버였던 남편 존 레넌을 잃은 뒤 홀로 살아온 설치미술가 오노 요코 씨가 제작한 ‘우리 엄마는 아름다워’ 사진 영상이 23일 유엔본부 벽면에 상영되고 있다. 상영되는 영상은 오노 씨와 그의 어머니 이소코 여사가 1936년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mymommyisbeautiful.com
이날 특별전시는 ‘세계 사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idows Day)’을 기념해 열렸다. 올해부터 유엔은 매년 6월 23일을 세계 사별여성의 날로 지정해 이들에 대한 인권보호와 차별철폐를 촉구하기로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일본인 설치미술가 오노 요코 씨(78·여)는 행사에 참석해 이런 말을 남겼다. “솔메이트를 잃은 고통이 어떤 건지 잘 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 남자의 아내라는 자리를 잃는다는 게 어떤 나라에선 한순간에 보호막이 없는 여자로 전락한다는 뜻이더군요. 그 사실을 과부인 저도 한참 후에 알게 됐습니다.” 오노 씨도 1980년 ‘비틀스’의 멤버였던 남편 존 레넌을 잃었다.
사별여성의 날은 2005년 ‘룸바재단’이 처음 제정했다. 2006년 영국 런던에서 기념행사가 열린 이래 규모가 커져 지난해에는 르완다 스리랑카 미국 영국 네팔 시리아 케냐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열렸다. 재단의 뜻과 노력에 공감한 유엔은 세계 사별여성의 날을 공식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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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남편과 사별한 여성은 2억4500만 명. 이 중에서 약 47%인 1억1500만 명이 르완다 스리랑카 등 가난한 나라에 살고 있다. 상당수는 전쟁과 테러, 질병과 각종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뒤틀린 역사의 상처를 가장 직접적으로 어깨에 짊어진 이들이 바로 남편과 사별한 여성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전쟁 등으로 남편을 잃은 20, 30대 여성이 급증해 사회적 난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에도 남편과 사별하고 자녀를 홀로 키우는 여성이 42만7000명(2005년 인구센서스 기준)에 이른다. 유엔은 “많은 여성이 배우자의 사망 이후 재산상속권과 토지사용권 등을 인정받지 못한 채 빈곤과 사회적 비하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에 뿌리박힌 관습적 규약과 관행 또한 큰 문제.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함께 화장하는 사티(sati) 풍습이 있던 인도에서는 아직도 일부 지방에서 과부가 되면 머리를 삭발하고 흰색 옷만 입어야 한다.
존 레넌 부인 오노 요코, 유엔본부에 기념전시 ‘비틀스’ 멤버였던 남편 존 레넌을 잃은 뒤 홀로 살아온 설치미술가 오노 요코 씨가 제작한 ‘우리 엄마는 아름다워’ 사진 영상이 23일 유엔본부 벽면에 상영되고 있다. 상영되는 영상은 오노 씨와 그의 어머니 이소코 여사가 1936년 함께 찍은 사진. 사진 출처 mymommyisbeautiful.com
주로 인도지역 사별여성과 자녀들을 지원했던 룸바재단은 200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 사별여성의 교육과 자녀 양육 지원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2007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외각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고아들을 돕는 사업을 시작한 재단은 아프리카의 젊은 사별여성이 개인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도 하고 있다. 또 르완다에서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과 손잡고 농업 시장에서 이 여성들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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