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코언 파이프오르간 콘서트 연주 ★★★★★ 구성 ★★★☆
세종문화회관 제공
콘서트는 바흐의 ‘신포니아’로 시작해서 역시 바흐의 ‘지그 푸가’로 이어졌고 오르간 연주가 귀에 익을 때쯤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 씨와의 협주로 분위기를 전환했다.
세종문화회관 오르간의 배치나 규모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바이올린과 같은 솔로 악기와의 협연은 연주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오르간 소리는 무대의 우측 벽면 상단에서 울려나오고, 상대 악기는 무대 중앙에서 연주되니 이격된 거리에서 빚어지는 시간차를 극복하고 두 악기의 어울림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후반부의 코리아 브라스 콰이어와의 협연은 유사한 울림을 갖는 악기와의 연주여서 더욱 흥미로웠는데, 이러한 협주는 오르간이 독주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와도 훌륭히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주자들이 갖추어야 할 음악적 역량을 꼽으라면 음악에 대한 이해력과 테크닉을 먼저 들 수 있겠지만 오르가니스트들에게는 수많은 파이프를 통해 얼마나 아름답고 어우러지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가 하는 능력을 빼놓을 수 없다. 또 오르간은 모든 악기가 다 다르며 자기의 악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연습하고 연주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몇 차례 현장 연습만으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오르가니스트에게는 평소 더 많은 노력과 실력이 요구된다. 코언 씨의 이번 연주회는 이러한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모처럼 오르간 연주회를 가득 메운 청중 모두가 오르간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이었다.
김희성 오르가니스트·이화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