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군단’ 11명, US오픈 연습라운드서 기선제압
김대현(하이트)은 국내 최고의 장타자다. 최근 4년 연속 한국프로골프투어에서 장타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305.25야드로 선두를 굳게 지키고 있다. “어떤 타이틀보다 장타왕은 욕심이 난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그런 김대현이 강적을 만났다. 16일 밤 개막한 US오픈 대회 장소인 미국 메릴랜드 주 베세즈다의 콩그레셔널CC 블루코스다. 파71에 전장이 7574야드로 대회 사상 두 번째로 길게 세팅됐다. 게다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10cm가 넘는 러프가 도사리고 있어 1타를 잃을 각오를 해야 하며 벙커, 유리알 그린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메이저 대회에서 김대현이 험난한 코스와 맞붙게 된 데는 행운이 따랐다. 당초 일본에서 열린 US오픈 지역 예선에서 떨어져 대기선수로 있다 결원이 생겨 본선 진출권을 얻었다.
김대현은 연습 라운드에서 대회 사상 두 번째로 긴 파 4홀인 18번홀(523야드)에서 호쾌한 장타를 과시했다. 페이드를 건 드라이버 티샷은 오른쪽 페어웨이 내리막 경사를 타고 흐르면서 347야드 지점까지 굴러가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핀까지 174야드를 남기고 7번 아이언으로 공략했다. 최경주는 이 홀에서 세컨드 샷을 할 때면 5번 아이언 이상을 잡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대현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도 체격 조건이 뛰어난 미국과 유럽 선수들보다 오히려 20∼30야드를 더 보냈다.
남자의 자존심이라는 비거리에서 일단 기선을 제압한 김대현은 US오픈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까. 김대현을 비롯한 역대 최고인 11명의 코리안 군단은 이날 힘차게 나흘간의 장정에 들어갔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