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현직 최고령 제빵사임헌양 브레댄코 고문
72세의 현역 최고령 제빵사인 임헌양 브레댄코 고문은 요즘도 직접 운전해 출근한다. 그는 “나이는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빵을 굽겠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임 씨가 호텔신라에 입사한 1977년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은 일본에서 공수받은 ‘호프빵’만 먹었다. 임 씨가 온갖 연구를 해 빵을 만들어봤지만 이 회장 기준에는 들지 못했다. 어렵사리 일본 현지 연수까지 가서 임 씨가 깨달은 ‘맛의 차이’는 재료에 있었다. 한국 밀가루 질이 크게 떨어져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일본 빵의 맛이 나지 않았던 것.
임 씨는 이 회장을 설득해 호주산 고급 밀가루를 들여왔고 결국 제대로 된 ‘호프빵’을 만들 수 있었다. 이후 이 회장의 간식은 임 씨가 전담했다. 이 회장이 지방 출장이라도 갈 때면 비서진이 새벽에 와서 임 씨의 빵을 챙겨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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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는 한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의 명예인 ‘명장’의 자격으로 ‘초지일관’을 꼽았다. 한번 마음을 먹었다면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고문 직책의 임 씨는 요즘도 서울 서초구 방배동 브래댄코 본사로 1주일에 세 번은 직접 운전해 출근한다. 새 메뉴를 만들고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이 임무다.
그가 빵을 만들어오던 반세기 한국 제빵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도 한국 제빵사들이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 하지만 임 씨는 “한국 빵은 아직 마무리 단계가 부족해 선진국에 못 미친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최고의 빵이 나오려면 ‘자세’까지 완벽해야 합니다. 케이크를 만들고 옆 크림을 덮을 때 허리를 굽히는 각도, 팔을 돌리는 속도와 각도까지도 중요하지요. 오븐에 빵을 넣을 때 순서까지도 꼼꼼히 챙겨야죠. 이런 점이 아직 약간 부족해요.”
임 씨는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한국 전통음식의 세계화도 좋지만 ‘한국적인 빵’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과빵, 우엉빵, 호박빵, 감자빵을 비롯해 쌈무를 넣은 샌드위치, 된장소스로 맛을 낸 샌드위치가 임 씨가 브레댄코에서 함께 개발한 메뉴다.
“평생 한 우물을 파보니까 이제야 빵이 뭔지 알 것도 같아요. 하지만 지금도 내가 최고라고는 말 못합니다. 내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들까지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빵을 만들어야 할까 항상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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