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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멀쩡한 도로 옮기느라 1063억원 쓴다

입력 | 2011-06-15 03:00:00

판교 지나는 외곽순환도로… 주민들 “소음피해 심각”
신도시 개발때 문제점 지적 무시… 2015년까지 이전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를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일부 구간(노선도 참조)이 이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속도로 이전의 원인은 다름 아닌 소음. 고속도로와 인접한 아파트 단지에서 심각한 교통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까지 거리는 30여 m에 불과하다. 소음 피해는 당초 판교신도시 계획 과정에서도 예상됐던 문제다. 그러나 아파트는 원래 배치안에 따라 그대로 지어졌다. 결국 1000억 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멀쩡한 고속도로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 올해 말 착공해 2015년 완공

1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도로공사(도공), 성남시에 따르면 도공은 올해 말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판교신도시 북단을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1.84km 구간을 북쪽으로 110m 옮기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도공은 지난해 9월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고속도로 이전 공사는 2015년까지 진행된다. 1063억 원에 이르는 사업비는 판교신도시 개발사업비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멀쩡한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옮기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유는 판교신도시 개발로 고속도로 옆에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이 심각한 소음 피해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은 6개 아파트 단지의 1450채. 특히 한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체 5개동 가운데 2개동(109채)이 고속도로 운중교 구간과 33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주민들은 “고속도로 교량에 맞닿아 살다 보니 소음과 분진으로 겪는 고통이 심각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고속도로 바로 옆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분양을 받았던 주민들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던 2008년부터 민원을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같은 해 7월 성남시가 해당 아파트 최상층에서 소음치를 측정한 결과 71dB(데시벨)이 나왔다. 소음진동규제법상 교통소음 규제치(주간 68dB, 야간 58dB)와 환경정책기본법상 도로변 소음 기준치(주간 65dB, 야간 55dB)를 모든 초과하는 수준이다.

○ ‘주먹구구’ 개발이 원인


해당 지역 아파트 단지의 소음 피해는 이미 판교신도시 계획 단계에서 예상됐다. 2004년 4월 판교신도시 개발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과정에서 이미 도로변 6개 지점의 소음치가 대부분 환경기준을 넘어섰다.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와 LH, 성남시 등 관련 기관들은 3m 높이의 방음벽을 설치하기로 하고 당초 계획대로 아파트 단지를 배치했다. 그러나 고속도로 교량의 안전 문제로 방음벽 설치가 무산됐다. 소음을 줄여주는 도로포장재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관련 기관들은 소음대책 마련을 위해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고속도로 이전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만약 계획 단계에서 아파트 단지 배치를 조금만 수정했다면 1000억 원을 들여 멀쩡한 도로를 뜯어 옮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문제의 구간인 운중교는 2007년 지진 대비를 위해 14억 원을 들여 보강공사까지 한 곳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해당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겪는 소음 피해가 심해 이전이 불가피하다”며 “당시 중앙정부와 사업 시행기관들이 함께 전체적인 개발계획을 수립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H 관계자는 “해당 지역은 성남시 사업구역으로 세부적인 계획의 결정권은 성남시에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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