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안전성 우려”vs 소비자 “시민불편 해소”
《 정부가 최근 일반의약품(OTC·Over-the-counter)을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는 소식에 산업계와 정치권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OTC란 무엇이고 슈퍼마켓 판매가 왜 문제가 되는 건가요? 》
정부는 최근 OTC를 미국 일본 등에서처럼 약국 외 슈퍼마켓에서도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이 방안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미국에서는 슈퍼마켓에서 감기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촉발됐습니다.
복지부도 OTC 슈퍼마켓 판매 제도를 위한 대책을 준비해오기는 했습니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4월 중순 “‘의약품은 약국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된 약사법을 고치지 않고 심야나 주말에 대형슈퍼에서 감기약 설사약을 팔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4·27 재·보궐선거 이후 여당이 이 안에서 발을 뺀 뒤 복지부도 계획을 보류했습니다. 그 대신 OTC의 범위 등을 정하는 ‘의약품 분류 체계’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약국 외에 슈퍼마켓에서도 팔 수 있는 ‘의약외품’의 항목을 늘리거나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약품군’을 새로 만드는 것 같은 방안을 고민해보겠다는 얘기입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OTC의 슈퍼마켓 판매 방안을 보류한 점에 대해 대한약사회의 반발을 우려한 것이 아니냐고 말합니다. 약사회는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 시장을 편의점 등에 빼앗길까 봐 우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사회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제도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모든 의약품에는 부작용이 있는데 슈퍼마켓에서 팔린 의약품이 문제를 일으키면 책임질 주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나라의 약국당 인구는 2300여 명으로 세계적으로 약국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 소비자 편의보다는 안전을 더욱 중시해야 한다고도 말합니다.
반면에 소비자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소비자 편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슈퍼마켓에서 약을 사 먹으면 병원이나 약국을 오가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시민연대는 약사회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5년 이상 장기간 부작용 보고가 없는 일반의약품은 의약정보가 부족한 어린이 등을 제외한 일반인에게 판매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