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4대 경제강국 스페인은 2004년 좌파정부가 들어선 뒤 대학 무상교육(전원 장학금)을 실시했다. ‘완벽한 복지국가’를 내걸고 집권한 사회노동당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최저임금 인상과 무상보육에 이어 코감기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했다. 그 덕분에 청년들은 대학 공부를 공짜로 했지만 대학을 나와도 경제 불황으로 일자리가 없었다. 청년실업률 45%에 좌절한 젊은 세대들은 연일 반(反)정부 시위를 벌였다. 7년 뒤인 올해 5월 스페인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에 참패를 안겨준 것은 ‘분노한 젊은이’들이었다.
스페인의 공공부채는 2010년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60.1%에 이르렀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을 다음 차례는 스페인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을 공짜로 대학 공부 시키는 게 좋아 사파테로를 찍었는데 긴축재정이 시작돼 지금 내 월급은 20%가 줄었다”고 공무원들은 푸념한다.
물론 스페인은 무상이었고 한국의 정치권에서 내놓은 안은 반값 등록금으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학생 수는 한국이 두 배 가까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대학 진학률은 41%다. 2010년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9%에 이른다. 2006∼2009년 한국의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은 OECD 회원국 가운데 두 번째다. 대학 등록금을 국가가 절반가량 부담한다면 한국 쪽 재정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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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내년 총선 대선을 앞두고 내놓는 포퓰리즘 복지정책의 청구서는 젊은 세대와 그의 아들딸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극심해 2030년엔 청년 한 명이 노인 1.5명을 부양해야 할 나라에서 공짜 정책을 쏟아내면 미래 세대는 정말 희망이 없는 세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