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한국에서도 이런 세대 간 갈등 폭발이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대 갈등은 젊은층이 부모세대를 위해 떠안아야 할 재정부담을 거부하면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 ‘꿈을 잃어버린 세대’ 현실화?
전영준 한양대 교수가 보고서에서 제시한 연령별 ‘순(純)재정부담’은 2007년을 기준으로 각 세대가 기대수명(80세)까지 내야 할 세금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다음 이후 받게 될 각종 복지혜택의 현재가치 합산액을 빼서 구했다. 0∼19세는 기대수명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 기간이 최대 19년 포함돼 있어 재정부담이 최대치에 이르지 않는다. 수입이 생겨 생애 처음 세금을 내면서, 기대수명까지 가장 오랜 기간 세금을 내야 하는 20세의 재정부담이 1억4306만 원으로 정점에 이르게 된다. 특히 2007년에 20세(올해 24세)인 청년세대는 ‘베이비 부머’ 세대 등 기성세대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않던 짐을 평생 짊어져야 하는 첫 세대라는 점에서 부담은 더욱 크다. 2008년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 장기요양제도, 보장성이 높아진 국민건강보험 등 굵직굵직한 복지정책(entitlement program)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들이 현 세대 중 첫 번째 주자로 가장 오랜 기간 부담해야 한다.
광고 로드중
○ 미래세대는 더 암울
그나마 지금의 청년세대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전 교수는 현 조세부담률과 복지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정부 복지지출을 감당하려면 국민들이 부담한 세금 외에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의 재정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런 재정부족분을 현재 세대가 세금을 더 내 해결하지 않고 일시에 2008년 이후 출생한 미래세대에게 전가할 경우 미래 세대 1명당 3억9716만 원에 이르는 순재정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2008년 이후 출생자가 평생 벌어들인 소득의 25%를 세금으로 내야 현재의 복지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20∼40대 생산인구일 때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연금 혜택을 받는 기간이지만, 이들이 정작 연금을 받는 시점에 이르러서는 연금이 고갈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학계는 현 상황이라면 2060년엔 연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속가능한 재정시스템을 외면한 채 ‘무상 복지’라는 당근으로 유권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유럽 선진국에 비해 복지지출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만큼의 세금을 부담하지 않고는 나라 곳간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이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비용을 합친 금액을 GDP로 나눈 국민부담률은 한국이 2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끝에서 다섯 번째이며, OECD 평균(33.7%)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른바 유럽 복지강국이라 불리는 국가들은 거의 40%를 넘어서 50%에 육박하고 있다.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복지지출에도 우선순위가 있는데 등록금 낼 능력이 있는 가정에까지 반값 등록금을 지원하려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당장 고등학교 의무교육부터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현재 세대가 세금을 더 내 복지비용을 일부나마 부담하든지, 아니면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넘길 것인지 정치적인 판단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광고 로드중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