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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쇳조각을 피뢰침 부품이라 속여

입력 | 2011-06-08 03:00:00

3억대 투자금 가로챈 中동포 일당 적발




지난해 11월 말 충남 보령시의 한 다방. 중국동포인 종업원 최모 씨(42·여)와 역시 중국동포인 이모 씨(49)가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며칠 전 타향살이에 힘들어하던 최 씨에게 이 씨는 고향 얘기를 건네며 다가왔다. 고향의 친숙함 때문인지 최 씨에게 이 씨는 어느새 ‘친오빠’ 같은 존재가 됐다. 이날 이 씨는 지인 2, 3명을 데려와 최 씨에게 소개했다. 고층건물에 설치하는 피뢰침의 핵심 부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가’들이었다.

이들은 최 씨에게 10cm가량의 철심을 보여주며 즉석에서 다른 사람에게 1개당 750만 원에 판매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씨 등은 “1개당 500만 원짜리 철심을 사서 팔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고 최 씨는 힘겹게 모은 돈 1억2000만 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최 씨가 구입한 철심은 철공소 등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쇳조각에 불과했다. 값어치는 1000원도 되지 않았다. 이 씨 등은 이런 방법으로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중국동포 여성 12명으로부터 3억여 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들은 또 1개당 100원도 안 되는 콘덴서를 반도체 부품이라고 속여 팔기도 했다. 경찰은 7일 사기 등의 혐의로 이 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주모 씨(47·중국동포) 등 2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달아난 이 씨 등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뒤를 쫓고 있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