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선 문화부 기자
2일(현지 시간) 파리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선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프랑스의 한국문화 팬클럽 코리안커넥션 멤버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막심 파케 회장을 비롯해 주축 멤버들은 모두 한국문화원에서 한글 강의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한류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그들은 “한국어를 배우다 한국 드라마, 가요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이제는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다”며 눈을 반짝거렸다.
하지만 ‘한류의 못자리’인 문화원의 시설은 열악했다. 아파트 반지하와 지하 1층을 합쳐 2개 층을 사용하는 문화원은 밖에서 보면 간판도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문화원에서 인턴직원으로 근무했던 김한결 씨(파리1대 대학원 미술사 박사과정)는 “지하인 탓에 휴대전화가 불통이고, 아파트 배관이 터져 물바다가 된 적도 있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준호 문화원장은 “이런 환경에서 한류가 꽃핀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한국문화원도 새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 정 장관도 이번 방문길에 후보지 두 곳을 둘러봤다. 하지만 17대 국회에서 일본 오사카(大阪) 한국문화원에 밀려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프랑스 내 중국문화원의 경우 1980년 문을 연 한국문화원에 비해 22년이나 늦은 2002년 파리에 처음 문을 열었다. 그러나 개원 직후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하는 등 관심을 쏟았고 오늘날 리옹, 툴루즈를 비롯해 프랑스 전역에서 15곳이 넘는 시설이 ‘공자학원’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문화 전파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에서 뜨겁게 번져가는 한류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한층 높은 문화적 전문성과 열정, 상상력이 필요한 시점이다.―파리에서
민병선 문화부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