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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그때의 오늘] 1975년 가수 팬클럽간 신사협정

입력 | 2011-06-07 07:00:00


스타들을 향한 팬들의 사랑과 열정은 팬클럽이란 이름으로 구체화된다. 팬클럽 회원들은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자신들의 활동을 통해 스타에 대한 사랑을 외부에 보여준다. 특히 아이돌 스타들의 팬클럽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열성적이고 활발한 집단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처럼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팬클럽이 나타난 것은 언제일까.

많은 관계자들은 대략 1970년대 초반을 꼽는다. 가수 나훈아와 남진이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시점이 바로 이 때로, 두 가수의 팬들은 대립하며 공존했다.

1975년 오늘 가수들의 주요 팬클럽 간사들이 모였다. 이들은 팬클럽을 스스로 해체키로 결의했다. 가요계는 이를 가수들 사이에 지나친 경쟁을 피하는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한국의 팬클럽은 처음엔 일부 팬들의 친목모임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 회원수가 늘어가며 스타에 대한 사랑이 커지면서 팬클럽의 활동은 점점 체계적으로 변화했다. 서울에 사무실을 둔 팬클럽만 10여개에 이른다고 당시 언론은 전하고 있다. 이들은 많게는 수 만여 명의 회원수를 자랑했고, 자체적으로 월간지 형태의 회보를 발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종 방송 프로그램 공개방송이나 공연장에 나타나 함성을 지르고 음악 프로그램에는 희망곡을 담은 엽서를 집중적으로 보내면서 팬클럽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팬클럽의 활동을 두고 일부에서는 “본부의 일사불란한 지시를 받아가며 숱한 팬들이 꼭두각시 노릇”(1975년 6월10일자 경향신문)이라며 마치 건전한 풍속을 해치는 집단처럼 인식하게 했다. 이런 활동에 대한 방송사의 제재가 이어지자 결국 팬클럽 간사들이 스스로 팬클럽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당시 팬클럽의 활동상은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활동이다.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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