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특송 밀수루트 첫 적발… 美갱단 출신 교포 멕시코서 검거
○ 처음 드러난 중남미발 밀수 루트
아홉 살이었던 197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문 씨는 캘리포니아 주를 주 무대로 국제 마약거래를 일삼는 미국 내 최대 규모 한인 폭력조직인 LGKK(Last Generation Korean Killers) 출신이다. 미국에서 강도죄로 기소돼 12년을 복역한 뒤 2001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에 와서 초기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8년 10월 국내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돼 2009년 2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2009년 6월 출소 후 멕시코로 건너갔다.
문 씨는 멕시코에서 팔리는 히로뽕 가격이 국내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판매책으로부터 마약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자 문 씨는 2009년 12월부터 소량(5∼20g)으로 쪼갠 마약을 국제 특송화물을 통해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문 씨가 크리스마스카드나 장신구 속에 숨겨 국내에 화물로 보낸 히로뽕은 시가 9억 원에 이르는 287g. 1회 기준으로 9500여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 한·미·일·멕시코 4개국이 공조한 추격전
미국 마약청(DEA)은 지난해 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발송돼 화물 경유지인 미국 멤피스를 거쳐 한국으로 배송되는 화물 안에서 수상한 종이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 든 평범한 앨범에서 비닐봉투에 든 흰색 히로뽕 가루가 나왔다. 한국 검찰과 DEA가 문 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포착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문 씨는 멕시코에서 검거됐다.
멕시코 이민국 수용소에 잠시 수감된 문 씨는 검거 8일 만에 탈옥했다. 멕시코 수사 당국은 문 씨가 수용소에 설치된 허술한 석고보드 벽을 뚫고 탈옥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국 공무원에게 뇌물 2만 달러를 주고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씨가 도주한 뒤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국제 현상수배령으로 수사망이 좁혀 오고 현지 마약 조직들로부터 위협을 받자 문 씨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제 발로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멕시코에서 국내로 오는 직항 한국 국적기가 없어 올해 5월 문 씨는 일단 일본으로 강제 송환됐다.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던 일본 경찰의 협조로 문 씨는 다시 한국 국적기에 올랐다. 비행기 기내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마약 루트에 대한 수사는 1년 6개월에 걸친 한국 미국 일본 멕시코 등 4개국의 끈질긴 공조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