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객원논설위원·서울대교수·전기컴퓨터공학
우리 대학들은 신입생환영회, MT, 졸업여행 등 선진국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단합 모임이 많다. 대학생활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뜻에서 신입생환영회를 한다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오리엔테이션과 홈페이지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일부 신입생환영회 및 MT에서 과도한 음주, 선배의 후배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 폭력이 물의를 빚는다. 선후배 간의 유대, 학과 동료들과의 친목도 중요하지만 이런 행사들이 대학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더라도 대학에서의 지원은 결국은 학생 등록금에서 충당되며 추가적 비용은 학생이 부담하게 된다.
학기 중에 수업을 하지 않고 며칠씩 졸업여행을 가는 경우도 있다. 해외로 가는 졸업여행도 있다. 호텔 사은회도 정말로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 대학들의 등록금, 특히 사립대의 등록금은 경제 여건에 비해 매우 높아 부모의 부담이 크다. 기숙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의 주거비용 및 생활 여건도 문제가 되고 있는 판에 돈을 그런 데 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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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장기 저이율 대출 및 장학금이 가능하고 기숙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적다. 학기 중에도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가 가능할뿐더러 여름방학에는 부유한 학생들도 ‘여름 일자리(summer job)’를 통해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는다. 우리 학생들은 일자리도 없지만 형편이 안 되는데도 부모를 졸라 해외연수를 나간다. 봉사활동을 보더라도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해외봉사가 적지 않다. 우리가 개발도상국이었던 시절 대학생들의 ‘농활(농촌활동)’ ‘공활(공장활동)’이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겠지만 경제사회 여건이 많이 발전해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오늘날, 대학생들은 전공과 관련되는 경험을 축적하고 부모의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 봉사도 중요하나 봉사활동에 소요되는 시간과 경제적 부담이 타당한 것이냐는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대학을 4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50%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수, 휴학, 해외연수 등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남학생의 경우 사회진출 연령이 29∼30세나 되고 여학생도 26∼27세가 대부분이다. 소위 스펙을 맞추느라고 전공과는 거리가 먼 사회체험 및 해외연수로 부담이 가중되고 사회진출이 지연되고 있다. 취업재수 및 고시 등에 몇 년씩 매달리는 것은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미국 유럽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만 22∼23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30세 즈음이면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고 직장에서도 다양한 경력을 쌓아 유능한 전문가로 자리 잡는다. 가장 창의적인 20대의 소중한 시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전공지식과 실무능력을 평가하기보다는, 스펙 어학점수 면접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학생들도 전공 및 실무를 등한시하는 것 같다. 4학년 2학기에는 많은 대학에서 학생들의 취업 준비로 전공수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진국 기업들은 다양한 평가 방식으로 학생들의 잠재력 및 전공능력을 평가해 채용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한다.
기업은 스펙보다 전공능력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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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객원논설위원·서울대교수·전기컴퓨터공학 mkh@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