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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구자룡]‘공무 출장’ 아닌 ‘황제 유람’ 같은 김정일 방중

입력 | 2011-05-25 03:00:00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만약 정상적인 나라의 국가원수가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처럼 해외 순방이나 출장을 다닌다면 여론의 뭇매를 견디지 못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공무 성격의 외국 방문이라기보다는 거의 황제의 유람 같은 일정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24일로 방중 닷새째를 맞은 그는 대규모 수행원을 거느린 채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일 오전 헤이룽장(黑龍江) 성 무단장(牡丹江)에서 베이산(北山)공원과 징보(鏡泊) 호의 항일 유적지를 잠깐 방문한 뒤 이튿날 오전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 도착할 때까지 특별열차에서 나오지 않았다. 21일 창춘에서는 오전에 자동차 회사를 잠깐 견학하고 오찬 연회를 가진 뒤 열차에 올라 이튿날 저녁까지 30시간가량을 특별열차를 탔다. 69세라는 나이에도 이 같은 일정을 소화한 것은 건강을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 이런 비효율도 없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23일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에서는 초호화 영빈관에 투숙하면서 오전에는 시내 에너지 업체 한 곳을 방문하고 오후에는 숙소 인근 대형마트에 30분가량 들른 것이 전부다. 24일에도 역시 난징(南京)에서 한 전자업체를 잠시 방문했다가 열차를 타고 떠났다.

그의 방중 목적이 경제 원조 요청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의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 제재와 춘궁기가 겹쳐 식량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한가롭고 호화로운 일정을 보면서 누가 그런 긴박감을 느낄 수 있을까. 그를 수행하는 70명가량의 공무원이 중국 측 파트너들과 분주히 정책 협상을 벌이는 등 업무를 처리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가 외국을 방문하면 국내에서보다 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짧은 시간에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행사에 참가한다. 국익을 위해 국가의 세금으로 다니는 출장이기 때문이다. 국가지도자의 ‘세일즈 외교’가 미덕이 되는 것은 국제무대에서 영업사원처럼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독재자’가 아니라면 도저히 짤 수 없는 그런 여정을 김 위원장은 즐기고 있다. 굶주리고 있는 북한 주민들이 이런 실상을 안다면 심정이 어떨지 가슴이 막막하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