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도 없고… 지재권 가치도 인정 못받고…”
○ 프로그램 값은 얼마인가
서울버스는 간단한 소프트웨어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버스 위치정보를 받아 내가 타려는 버스가 지금 어디쯤 와있는지를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하려면 ‘서버’가 필요하다. 앱 사용자들의 스마트폰에 최신 버스정보 데이터를 보내주는 컴퓨터다. 인터넷기업은 값비싼 서버전용 컴퓨터와 전용통신망을 이용하지만 유 씨는 부모님 댁에 노트북 컴퓨터 한 대를 24시간 켜놓고 서버로 썼다. 노트북 값도, 전기료와 통신료도 모두 유 씨의 부모님이 부담했다.
유 씨는 “부모님에게 손 벌리지 말고 독립하고 싶다”며 지난달 중순 이 앱에 광고를 붙였다. 서버운영비 정도 벌어보겠다는 단순한 계산이었지만 이게 문제가 됐다. 서울버스 사용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용자 리뷰 난에 불만이 올라왔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공공정보를 이용해 돈벌이에 쓴다”는 비난도 나왔다.
결국 유 씨는 19일 “너무 경솔했다”며 사용자들에게 사과문을 써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자 다른 프로그래머들은 “개발자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데 대한 약간의 보상도 못 해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며 유 씨의 상황을 안타깝게 여기고 트위터를 통해 유 씨를 돕자는 ‘기부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악성리뷰만 있었던 앱스토어 리뷰 난도 순식간에 힘내라는 응원메시지로 가득 찼다.
유 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버스 덕분에 많은 분이 격려도 보내주고 좋은 경험도 얻어 이미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지적재산에 대한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 개인의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은?
다음 측은 “지자체가 공개한 정보를 정당한 절차를 거쳐 이용한 것이라 문제없다”는 주장이지만 개인 개발자가 만든 앱을 대기업이 따라 만든 꼴이 됐다. 디자인도 유 씨의 서울버스와 비슷해 논란이 됐다.
한 스마트폰 앱 개발자는 “다음지도의 버스 안내가 기능과 디자인 측면에서 서울버스와 많이 닮았다”며 “전문디자이너가 디자인한 다음지도 앱이 더 아름답기 때문에 결국 개인 개발자는 아이디어만 뺏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닮은 부분은 수직선의 버스 노선 위에 버스의 현재 위치를 나타내는 디자인이다. 유 씨가 직접 디자인했다. 다음 측에 지도 서비스를 만들면서 유 씨와 연락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답은 “아니요”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아이폰 보급 초기 최고의 인기앱, 서울버스를 만든 유주완 씨를 인터뷰한 본보2009년 12월 15일자 B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