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간접경험이 가장 큰 소득이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이정만 책임 심의위원이그동안 본 공연 프로그램을 펼쳐 보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지난 한 해 본 것만 415편. 1년 365일 날짜 수보다 많다. 16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만난 이 씨는 “가끔 있는 월요 공연도 찾아 보고, 주말엔 낮, 저녁 공연도 챙겨 보고 여름 방학 기간에는 일주일간 휴가를 내 하루 두 편씩 14편을 봤다”고 했다. 이쯤 되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공연을 놓치면 괴로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 씨가 공연을 훑고 다니기 시작한 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기금 운영팀에서 일하다 2003년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심의 부서로 발령난 때부터. 일단 공연계 사람들을 많이 만나 공연계 사정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공연 관람 뒤 뒤풀이에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1년쯤 지나면서 공연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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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횟수가 점점 늘어나 2008년 305편, 2009년 379편으로 늘어 지난해 정점을 찍었다. 그는 본 작품에 대한 짧은 소감을 모두 자신의 블로그에 정리해 두기 때문에 관람 편수를 정확히 알고 있다. 분석적으로 공연을 보게 된 그는 지금은 새로운 작품이 올라가면 ‘어떻게 만들었을까’ 궁금해 보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가 됐다. 예전엔 잘 안 보이던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이젠 공연 중에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려 즉흥 연기를 한 것도 알아챈다. 공연 뒤 관계자에게 얘기하면 놀라더라”고 말했다.
공연 관람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으로 그는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껴지는 생생한 공연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간접 경험하는 것”을 꼽았다. 이 씨는 “처음부터 난해하고 어려운 작품을 보면 공연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니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쉽고 재미있는 공연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