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챙기면 스스로에 동기부여 돼요” 사교여왕, 공부스타 되다
서울 백운중 3학년 전하리 양은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이 과제와 준비물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칠판 옆 화이트보드에 적어놓는다. 전 양은 “친구를 챙기면서 나 스스로에게 동기를 부여한 게 성적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교적인 전 양의 성격이 늘 ‘플러스’로 작용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중학생 시절 전 양은 친구들과 어울려 극장이나 노래방에 가는 경우가 적잖았다. 학교 수업시간에도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 초등학교 땐 시험 하루 전 교과서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반에서 5등 내외를 했기 때문이다.
중학교 입학 후 첫 중간고사를 치렀다. 성적통지표를 조심스레 펼쳐보았다. 영어는 100점. 그러나 국어, 사회는 80점대, 수학은 74점이었다. 전교생 331명 중 53등, 반 36명 중 9등. 그는 친구를 얻었지만 대신 성적을 잃었던 것이다.
“어머니가 ‘중학생이 되면 과목도 많아지고 내용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알아서 잘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했죠. 막상 떨어진 성적이 담긴 통지표를 어머니에게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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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핑 돌았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다짐처럼 마음을 스쳤다. 우선 수업에 집중해야 했다. 최대한 앞쪽에 앉기로 했다. 제비뽑기로 자리를 정하다 설혹 뒷자리를 뽑게 되어도 친구에게 양해를 구한 뒤 앞자리로 옮겼다. 필기도 꼼꼼히 했다.
국어시간에 김상옥 시인의 ‘봉선화’가 나올 경우 선생님이 강조한 시어인 ‘봉선화’ ‘연붉은 그 손톱’은 빨간색 펜으로 노트에 적었고, 시의 초장 중장 종장의 주제처럼 알아두면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은 초록색 펜으로 필기했다. 시험 일주일 전 선생님이 다시 한 번 강조한 부분은 형광펜으로 표시한 뒤 시험을 보기 직전까지 반복해 살펴봤다.
중1 1학기 기말고사에서 전 양은 전교 18등, 반에선 3등으로 올랐다. 쉬는 시간이면 친구 몇몇이 모르는 내용을 질문하러 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 양에게 고민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수학 점수만은 70점대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내 문제는 뭘까.’ 곰곰이 스스로를 평가해보았다. ‘시간관리 실패’ 때문이란 결과를 얻었다. 평소 수학문제는 제한시간을 두지 않고 무작정 푸는 습관을 들인 탓에 막상 45분 안에 서술형 문제 4개를 포함한 총 26개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학교시험에선 시간부족에 시달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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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수학공부를 하는 시간도 매일 30분에서 2시간으로 늘렸다. 시험 3주 전에는 다른 학교들의 기출문제집을 구해 풀었고, 시험 2주를 남기고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기출문제를 내려받아 풀었다.
노력은 빛을 발했다.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수학성적이 83점을 기록하더니 기말고사에선 93.5점으로 껑충 뛴 것이다. 중2 내내 수학점수는 90점대 중반이었다. 전체평균점수도 함께 올라 2학년 1학기 전교 8등을 비롯해 전교 10위권을 꾸준히 유지했다.
전 양은 “필기한 내용을 보여 달라”고 친구들이 말해올 때가 좋다. 공책을 스스럼없이 내놓는다.
“친구들도 챙기면서 나 스스로에게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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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엔 아직까지 문호를 개방하지 않은 나라가 많아요. 이런 나라들을 방문해 우리나라를 소개하고 활발한 교류를 할 수 있게끔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빠르면 15년 후쯤 될까요? 국제사회에서 맹활약하는 저의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