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선거 중요… 더 적극 활동할 것”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5일 “구체적인 날짜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내년은 중요한 선거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사로 유럽을 방문 중인 박 전 대표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본격적인 활동은 언제부터 시작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지금까지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각종 선거지원 요구에 거리를 둬온 박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 적극 관여할 생각임을 내비친 것은 처음이다. 특히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여권 내부에서 ‘박근혜 역할론’이 적극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향후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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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박계 의원은 “당 대표를 맡기는 어렵다. 선거대책위원장 같은 것을 맡아 선거전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총선 역할론’ 표명으로 내년 총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권 대선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원칙’과 ‘신뢰’라는 말을 각각 8번 사용했다. 그는 “미래 국가발전의 패러다임은 평소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과 신뢰”라면서 “신뢰와 원칙이라는 무형의 인프라,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지 않으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를 가리켜 ‘아, 답답하다, 왜 이렇게 고집이 센가’라고 하고 ‘원칙공주’라는 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갈등이 잘 조정되려면 정치권에서 원칙과 신뢰를 잘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여권의 위기극복 방안에 대해서는 “한국에 돌아가 할 얘기가 있으면 그때 하면 되지 않겠느냐”며 직접적 언급을 피했다.
또 박 전 대표는 4일 국회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앞으로 남은 한미 FTA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시장이 극히 작고 수출로 성장해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FTA 체결이) 바람직한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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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박 전 대표는 4일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과 디미트리스 드루트사스 외교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겨울올림픽 유치 지지를 호소했고, “역할을 다하겠다”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테네=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